(조선일보 2020.04.23 박진배 뉴욕 FIT 교수·마이애미대 명예석좌교수)
지난주 미국 연방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의 인터뷰 영상.
'냉장고의 롤스로이스'라는 브랜드와 그 속을 가득 채운 고급 아이스크림이 보였다.
이날은 하원에서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지원 기금안이 부결된 날이었다.
정치인들의 이중성과 모순이 어제오늘 이야기는 아니지만 워낙 경제가 민감한 시기여서 비판이 거셌다.
우리나라에서 각종 사건으로 여성이 화제가 될 때마다 그 패션이 관심을 끌고 판매량이 치솟는 것과 같은 현상이
미국에서도 벌어졌다. 펠로시의 냉장고를 채웠던 제니스 아이스크림(Jeni's Splendid Ice Creams·사진)은
실시간 검색 상위에 오르며 유명해졌다.
창업자 제니 브리튼 바우어는 오하이오주립대학 재학 시절 화학과 친구에게 향을 추출하고 조합하는 방법을 배웠다.
자신만의 향수도 만들었다. 졸업 후에는 자연에서 나는 재료의 향과 맛을 아이스크림에 적용하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실험을 계속했다. 당시에 흔치 않았던 '수제' 개념을 도입해 아이스크림 대형 브랜드의 아성에 도전했다.
다른 아이스크림 가격의 두 배를 받았지만 품질에는 타협하지 않았다.
제니스는 철저하게 인근 지역에서 생산되는 우유, 허브, 계절 과일 등을 엄선해서 만든 고급 제품이다.
오하이오 농장의 곡물과 우유로 만든 '옥수수 블루베리'와 '다방 커피(Coffee with Cream and Sugar)'는 스테디셀러다.
이런 '로컬'의 기반이 있어서 모방도 어렵다.
미술을 전공한 제니는 캔버스 앞에서 작품을 구상하듯 매일 새로운 맛과 스토리를 창조한다.
간결한 로고와 파스텔 느낌 포장 디자인도 독특하다.
20여 년 전 시장에서 작은 카트 하나로 시작했는데 현재 전국 매장 45곳에서 연매출 600억원을 올리고 있다.
뉴욕의 기능이 멈춘 요즈음, 오하이오에서 사는 제자에게 제니스 아이스크림을 택배로 선물받았다.
켄터키주의 버번으로 만든 '위스키 호두' 맛이다.
반짝이는 질감, 유혹적 색채, 그리고 상상 이상의 맛이 나를 향해 노크한다.
지금은 깊고 달콤한 맛과 약간의 알코올이 필요한 시기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22/2020042203792.html
'記行·탐방·名畵 > 기행·여행.축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C컷]흐드러진 군포철쭉동산,사진으로 감상하세요 (0) | 2020.05.02 |
---|---|
[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9] 이발소 공간 (0) | 2020.04.30 |
오랜 벗을 만난 듯, 산벚에 물들다 (0) | 2020.04.23 |
[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7] 냉장고와 세탁기 (0) | 2020.04.16 |
[뉴시스 앵글]의령 자굴산 '색소폰' 도로.. 마지막 벚꽃들의 향연 (0) | 2020.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