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22. 04. 29. 03:04
그림을 만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외젠 뷔르낭의 그림 ‘성묘로 달려가는 사도 베드로와 요한’을 나는 조금 특별한 방법으로 만났다. 1850년 스위스에서 출생했고, 사실주의적 화풍의 성화를 많이 그렸다는 것 외에 뷔르낭에 대해 알려진 것은 별로 없다. 그가 1898년에 그린 이 그림도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끈 작품은 아니다.
이 그림을 나는 서경식의 책 ‘나의 서양 미술 순례’에서 처음 만났다. 이 책은 1983년에 유럽을 여행하면서 그가 만난 미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미술기행서이지만, 한국의 정치 현실과 그것에 의해 희생된 가족들 그리고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기도 하다. 인간의 고난을 형상화한 그림들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 가던 그는 뷔르낭의 그림을 우연히 만났다. 긴 여정, 허둥지둥 쫓기듯 달려온 지난날들, 새벽 여명에 깃든 내일을 향한 간절함. 마침내 이 그림에서 그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에필로그에 수록된 이 그림과 함께 서경식의 순례길은 끝을 맺는다.
https://news.v.daum.net/v/20220429030418943
뜻하지 않게 만난 그림[그림을 읽다/전이린]
나의 서양미술 순례
저자 서경식 | 역자 박이엽
출판 창작과비평사 | 2002.2.5.
페이지수 224 | 사이즈 155*209mm
판매가 서적 1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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