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23. 10. 3. 00:54 수정 2023. 10. 3. 06:21
안보·번영 이룬 한·미동맹 70년
미국 안보 공약에도 불신 잠재
한국은 이제 ‘변경지역’ 아니야
1953년 7월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이후 지난 70년 동안 한·미 동맹이 없었더라면 산업화와 민주화의 길이 훨씬 더 어려웠을 것이다. 이것은 단지 안보의 문제만은 아니다. 항상 전쟁에만 대비하는 나라는 경제적 부담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군사주의로 흐르기 쉽다. 한·미 동맹은 이런 부담을 덜어준 것이다. 상대적 여유 속에서 한국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방면에서 빠른 발전을 추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과거가 모두 행복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1950년 3월 한국 정부는 세 명의 국회의원을 미국에 파견했다. 국회의장 신익희와 의원 2명(라용균·이훈구)이 함께 가고 사무총장 이종선이 수행했다......실제로 그 전해 ‘애치슨 선언’에 따라 미군이 철수한 이후부터 한반도의 안보 상황은 매우 심각했다......그런 상황에서 미국을 방문한 의원들은 애치슨 국무장관을 비롯해 정·관계 인사들을 만나 한반도 실정을 설명하고 군비 지원을 요청했지만 별 반응이 없었다.......실망을 안고 귀국한 지 2개월 만에 6·25전쟁이 일어났다.
그 후 지난 70년에 걸친 안보 성공에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 흔히 ‘안보 불감증’이라 부르는 현상은 역설적으로 안보 성공의 부정적인 결과다.....되풀이되는 약속에도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한 불신이나 회의도 남아 있다. 예컨대 “미국의 안보 공약은 정권이 바뀌면 지켜지지 않는 일이 많다” “미국은 호주에 핵추진잠수함을 공급하기로 했지만 사정이 더 어려운 한국에는 허용하지 않는다” “미국은 한국에 대해 핵물질 농축 등 핵 문제 관련 일본과 같은 수준의 합의를 해주지 않을 것이다”라는 불신의 목소리가 다양하게 제기된다.
한·미 양국 정부의 공식적 언질과는 달리 이런 생각은 많은 안보 전문가와 일반인이 공유하고 있다..... 한·미 동맹이 미국과 일본, 미국과 호주 관계에 못지않게 중요하고 한국이 이미 자유 세계의 변경이 아니라는 사실을 현실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https://v.daum.net/v/20231003005440501
[시론] 미국, 한국을 일본·호주 수준으로 대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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