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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정식의 삶의 향기] 덕수궁 돌담길의 흰 비둘기

바람아님 2023. 12. 12. 01:07

중앙일보 2023. 12. 12. 00:31

100년 전 조선을 포위한 열강들
파란의 한국 근현대사 떠올려
평화 메시지는 언제 날아올까

근세사의 격랑이 휘몰아쳤던 이 길 곳곳에 스며있는 역사의 편린을 하나씩 쪼듯 비둘기들이 바닥을 향해서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이곳의 비둘기는 나는 시간보다 걷는 시간이 많아도 행인들과 길 다툼을 벌이지 않는다. 행인들도 비둘기를 조심해가며 걷는다. 그날은 평화의 상징인 흰 비둘기도 눈에 띄었다.

그날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며 보았던 흰 비둘기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다른 비둘기들은 고개를 앞쪽으로 끄덕이는데 그 비둘기만은 젖은 낙엽 위에서 끊임없이 뒤를 돌아다봐서다. 비둘기의 이 모습은 고난으로 점철된 우리 근대사를 한 번쯤 뒤돌아보라는 뜻이 아닌지. 불과 100여 년 전 한반도에서 힘의 공백을 감지한 열강들은 물고랑을 타고 차오르는 밀물처럼 삽시간에 조선의 목까지 차오르다 이내 머리까지 삼켜버렸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터지고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도 어지럽다......열강에 둘러싸여 종전(終戰)이 아닌 정전(停戰) 상태로 70년이 지나는 한반도에 올리브 잎사귀를 물고 올 흰 비둘기를 기다려 본다.


https://v.daum.net/v/20231212003159065
[곽정식의 삶의 향기] 덕수궁 돌담길의 흰 비둘기

 

[곽정식의 삶의 향기] 덕수궁 돌담길의 흰 비둘기

겨울을 재촉하는 찬비가 내린 다음 날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 보았다. 이 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역사 속 장면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그날은 길바닥에 늘어 붙은 젖은 낙엽을 보면서 구한말 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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