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24. 2. 15. 00:38
우리 국민은 상대방의 사과에 유독 예민하다.
상대방의 잘못된 행위보다 사과하지 않음에 더 화를 낸다. 반대로 무작정 차선에 끼어든 차량이 비상등이라도 한번 켜 주면 마음이 스르르 녹는다. '아임 소리' '스미마셍'을 입에 달고 사는 미국·일본 같은 나라와는 다르다.
그런 현실에서 정치인들의 사과를 분류해 보면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일본'형. 해도 한 것 같지 않은 사과다. 마지못해 사과해 놓고 바로 뒤집는다. 그 대표적 인사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다. 그는 지난 8일 항소심에서 자녀 입시 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징역 2년 실형을 받았다..... 말로는 죽창가를 외치면서 하는 행태는 사과와 말 뒤집기를 반복하는 일본과 빼닮았다.
둘째는 '자판기'형.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 생각되면 체면 가리지 않고 몇 번이고 "아무튼 사과한다"고 한다. 준연동제 비례대표제 유지를 밝히면서 무려 네 번이나 고개 숙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표적이다....사과는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대표는 미래의 행동을 미리 사과했다. 사과할 미래라면 지금 안 하면 된다. 그러니 며칠 안 가 "내가 사과한다고 하니까 진짜 사과한다고 생각했느냐?"란 말이 튀어나올 것 같다.
마지막은 '트럼프'형. 끝까지 버티고 논점을 흐린다. 그는 4년 재임 중 3만573번의 거짓말을 했지만(워싱턴포스트 조사), 공식 사과는 한 건도 없었다. 부적절한 언행이 들통나도 그걸 인정하는 순간 법적 책임이 뒤따른다는 경험칙 때문일 게다.
아, 드물지만 또 하나의 사과 유형이 있긴 하다.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제가 잘못했다"고 나선다. 손흥민·이강인·김민재 같은 우리 축구선수들이다. 이런 이들 때문에 그나마 살맛 나는 세상이다. "승자는 실수했을 때 '내가 잘못했다'고 사과하지만, 패자는 '너 때문이야'라고 탓한다. 승자는 눈을 밟아 길을 만들지만, 패자는 눈이 녹기를 기다린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J 하비스의 말이다.
https://v.daum.net/v/20240215003827314
[김현기의 시시각각] '사과'의 세가지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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