丹陽房/동영상

유세검정기(遊洗劍亭記)

바람아님 2014. 8. 31. 23:12


 8월 20,21일 비온 다음날 22일 다산의 풍류를 따라서 세검정(洗劍亭)에 가다.

방향은 상류쪽에서 하류로, 더 많은 장맛비가 온 다음이면 더욱 장관일 것이다.


세검정에 흥미를 느끼게한 정약용 선생의 유세검정기(遊洗劍亭記)를 아래에 인용했다.


<정약용의 유세검정기(遊洗劍亭記)>

(문화원형백과 유산기, 2005, 한국콘텐츠진흥원)

세검정(洗劍亭)의 빼어난 풍광은 오직 소낙비에 폭포를 볼 때뿐이다. 그러나 막 비가 내릴 때는 사람들이 옷을 적셔 가며 말에 

안장을 얹고 성문 밖으로 나서기를 내켜하지 않고, 비가 개고 나면 산골 물도 금세 수그러들고 만다. 

이 때문에 정자가 저편 푸른 숲 사이에 있는데도 성중(城中)의 사대부 중에 능히 이 정자의 빼어난 풍광을 다 맛본 자가 드물다. 


신해년(1791) 여름 일이다. 

나는 한혜보(韓?甫) 등 여러 사람과 함께 명례방(明禮坊) 집에서 조그만 모임을 가졌다. 

술이 몇 순배 돌자 무더위가 찌는 듯하였다. 먹장구름이 갑자기 사방에서 일어나더니, 

빈 우레 소리가 은은히 울리는 것이었다. 내가 술병을 걷어치우고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이건 폭우가 쏟아질 조짐일세. 자네들 어찌 세검정에 가보지 않으려나? 

만약 내켜하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벌주 열 병을 한 차례 갖추어 내도록 하세.” 


모두들 이렇게 말했다.

“여부가 있겠나!”

마침내 말을 재촉하여 창의문(彰義門)을 나섰다. 

비가 벌써 몇 방울 떨어지는데 주먹만큼 컸다. 서둘러 내달려 정자 아래 수문에 이르렀다. 

양편 산골짝 사이에서는 이미 고래가 물을 뿜어내는 듯하였다. 옷자락이 얼룩덜룩했다. 

정자에 올라 자리를 벌여놓고 앉았다. 난간 앞의 나무는 이미 뒤집힐 듯 미친 듯이 흔들렸다.

상쾌한 기운이 뼈에 스미는 것만 같았다. 


이때 비바람이 크게 일어나 산골 물이 사납게 들이닥치더니 순식간에 골짜기를 메워버렸다. 

물결은 사납게 출렁이며 세차게 흘러갔다. 

모래가 일어나고 돌멩이가 구르면서 콸콸 쏟아져 렸다. 

물줄기가 정자의 주춧돌을 할퀴는데 기세가 웅장하고 소리는 사납기 그지 없었다. 

난간이 온통 진동하니 겁이 나서 안심할 수가 없었다. 내가 말했다.


“자! 어떤가.” 

모두들 말했다.“여부가 있나!” 


술과 안주를 내 오라 명하여 돌아가며 웃고 떠들었다. 

잠시 후 비는 그치고 구름이 걷혔다. 산골 물도 잦아들었다. 

석양이 나무 사이에 비치자 물상들이 온통 자줏빛과 초록빛으로 물들었다. 

서로 더불어 베개 베고 기대 시를 읊조리며 누웠다. 


조금 있으려니까 심화오(沈華五)가 이 소식을 듣고 뒤쫓아 정자에 이르렀는데 물은 이미 잔잔해져버렸다. 

처음에 화오는 청했는데도 오지 않았던 터였다. 

여러 사람들이 함께 골리며 조롱하다가 더불어 한 순배 더 마시고 돌아왔다. 

같이 갔던 친구들은 홍약여(洪約汝)와 이휘조(李輝祖), 윤무구(尹无咎) 등이다.



<각주 : 명례방(明禮坊)>

조선시대 초기부터 있던 한성부 남부 11방 중의 하나로서, 현재의 행정구역으로는 남대문로1.2가, 을지로2가, 명동1.2가, 

충무로1.2가, 회현동2.3가, 장교동, 저동1가 각 일부와 남산동1.2.3가 각 일원에 해당한다. → 남부 [조선시대 행정구역]


유세검정기(遊洗劍亭記)_동영상


세검정(洗劍亭) 옛그림



(복원에 사용한 그림)

세검정(洗劍亭)-선편

겸재 정선, 종이에 담채, 

22.7×61.9㎝, 

국립중앙박물관.




세검정(洗劍亭)

겸재 정선, 1740년 후반, 

비단에 수묵담채, 29.5x37cm, 

개인 소장



세검정( 한양진경도첩) 

권섭(1671-1759), 18세기, 

지본담채, 각 41.7×25.7㎝, 

개인소장




세검정, 

유숙(1827-1873), 19세기, 

지본담채, 26.1×58.2㎝, 

국립중앙박물관


세검정,
이도영(1884~1933), 1925년,
종이에 채색,
각 41.7×25.7㎝,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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