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3.01.10 2 정경원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대도시의 주요한 교통수단인 지하철의 출입구를 '캐노피(canopy·차양이나 덮개)'라고 하는데 역(驛) 내부가 비바람 등에
노출되지 않게 해줄 뿐 아니라 도시 경관에도 큰 영향을 준다. 번잡한 도심에 둔중한 캐노피가 설치되면 시야가 막히고,
지역의 유래나 특성 등을 반영하여 디자인된 캐노피는 의도와 달리 조잡하게 되기 쉽다.
그래서 아예 캐노피를 없애는 도시도 있다.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캐노피라고 하면 스페인의 빌바오 지하철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캐노피라고 하면 스페인의 빌바오 지하철을 빼놓을 수 없다.
1988년 국제 공모에서 당선된 '포스터+파트너스'가 디자인하여 1995년 1차 개통된 이 지하철 캐노피는 유기적인 곡선으로
유명하다. 컴퍼스로 그린 기하학적인 선(線)이 아니라 굼벵이나 조개 등 자연물의 선을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철강의 도시답게 강철로 기본 구조를 만들고, 그 위에 정밀하게 가공된 유리 덮개를 씌워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채광이 잘 되어 낮에는 조명 없이도 성당 내부처럼 온화한 분위기가 유지된다.
밤에는 캐노피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조명기구가 되어 주변을 밝혀 줄 뿐 아니라 멀리서도 잘 보이게 해준다.
'빌바오 지하철 캐노피' - ‘포스터+파트너스’디자인, 1988년.
철강산업이 발전된 도시답게 잘 다듬어진 강철구조 위에 커다란 곡면 유리를 덮어 유기적인 곡선의 아름다움을 살리고 있음.
오른쪽 사진은 복층 구조의 터널 내부. |
빌바오 지하철은 내부도 승객의 편의와 안전을 배려하여 디자인되었다.
캐노피 내부에는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무인 개찰구로 이어진다.
너비 16m에 달하는 터널 내부는 복층(複層) 구조인데 개찰구 등 주요 시설은 철로 위의 가운데 층에 설치되어 있으며
계단으로 승강장과 연결된다. 승객들의 이동 거리를 줄이고, 승강장 내부가 구석구석 잘 보여서 범죄 발생을 방지하려는
배려이다. 내부 벽면과 조명도 무광택 금속으로 마감하여 빛이 난반사되지 않게 했다.
이 지하철은 디자인 책임자인 영국의 세계적인 건축가 노먼 포스터의 이름을 따서 '포스터리토스(Fosteritos·작은 포스터)'라는
이 지하철은 디자인 책임자인 영국의 세계적인 건축가 노먼 포스터의 이름을 따서 '포스터리토스(Fosteritos·작은 포스터)'라는
별명을 가질 만큼 빌바오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