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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환의 제주스케치] '깨가 서 말이면 땀이 서 말'이라더니… 그야말로 땀으로 짓는 참깨 농사

바람아님 2014. 9. 30. 09:55

(출처-조선일보 2014.09.06 조의환 기자)


매해 추석 고향 집을 떠날 때면 어머니는 신문지로 주둥이를 막은 소주병 하나를 주셨다. 

'어머니표 참기름'이다. 잊을 수 없는 고향의 맛이요, 자꾸만 떠오르는 어머니 손맛이다.



	참깨농사
참깨농사


이 고소한 참기름은 참깨로 만든다. 

이 참깨 농사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푹푹 찌는 한여름에 수확해야 하는데, 

일일이 낫으로 베어야 한다. 

베어낸 깻단은 밭 한가운데나 도로변에 쌓아 

보름 정도 말려야 한다. 

오락가락하는 비에 비닐을 덮었다 걷었다 

하는 일이 성가시기 짝이 없다.

시퍼런 깻단이 말라 갈색으로 변하면 다시 

고생 시작. 나무 막대로 살살 두드려 깍지 속에 

든 깨를 털어내고, 체로 쳐 검불과 불순물을 

거르고, 마른 잎과 줄기 등 부스러기는 바람에 

날려 없애야 한다. 

'깨가 서 말이면 땀이 서 말'이라더니, 그야말로 땀으로 짓는 농사다.


지난달 중순 제주시 한경면의 한 밭에 수확한 깻단이 가지런히 쌓여 있다. 

비바람을 막기 위해 비닐을 덮고, 돌 담은 주머니를 올려뒀다. 

그동안 흘렸을 땀의 무게를 생각하니, 그 어떤 미술 작품보다 아름답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