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11.20 조인원 멀티미디어영상부 차장)
順光은 안전하나 밋밋하기 쉽고 逆光은 얼굴에 그늘을 만들지만 풍경·인물에 극적인 효과 부여,
斜光은 풍부한 원근감 나타내
광선 상태·각도와 습도 감안해 창조적 변화 줘야 사진 잘 나와
가을과 겨울의 사이인 요즘 단풍이 절정이다. 늦가을 단풍은 봄꽃보다 화려하다.
춘삼월 피어난 새순 같은 초록의 신선함은 없지만
단풍엔 비바람과 뜨거운 한여름을 견뎌낸 당당함이 있다.
또 무채색 겨울을 앞두고 곧 낙엽으로 사라질 절박함을 단풍은 강렬한 원색(原色)으로 드러낸다.
화창한 늦가을 어느 오후 은행나무 가로수 길을 걸었다.
화창한 늦가을 어느 오후 은행나무 가로수 길을 걸었다.
태양은 나무에게 빛을 골고루 내려줬지만 정작 황금처럼 빛나는 잎들을 볼 수 있는 건
나무 그늘에서였다. 해마다 뉴스에 등장하는 설악산이나 내장산 단풍도 해를 뒤에 두고 보는
역광에서 빨간 단풍의 색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이렇듯 사진도 순광이 아닌 역광에서 예쁘게 찍을
때가 많다. 사진을 찍고자 하는 대상을 해가 비추는 쪽에서 보면 순광(順光), 해를 뒤에 두고 보면
역광(逆光)이라고 한다.
사실 촬영이 쉬운 빛은 순광(順光)이다.
순광은 광선이 어디든 골고루 비추기 때문에 초점이 크게 나갈 일이 없으며 빛을 더하고 빼야 하는 노출 보정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대신 광선의 풍요로움이 사물을 평범하고 밋밋하게 만든다.
순광에서 피사체는 빛을 균등하게 받지만 그런 이유로 사진에서 돋보이는 곳을 찾기 어렵다.
실패할 경우가 적어서 안전하지만 재미없는 사진이 나오기 쉬운 게 순광이다.
반면 역광(逆光)에선 사진 찍히는 인물이 해를 등지고 있기 때문에 얼굴에 그늘이 지고 주변보다 크게 어두울 수 있다.
반면 역광(逆光)에선 사진 찍히는 인물이 해를 등지고 있기 때문에 얼굴에 그늘이 지고 주변보다 크게 어두울 수 있다.
카메라 노출을 정확히 잰 후 빛의 양을 수동으로 조절할 수 있어야 역광 촬영에 실패하지 않는다.
역광으로 사진을 찍으면 광선의 극적인 효과를 반영할 수 있다.
울긋불긋한 단풍은 햇빛이 나뭇잎을 통과하는 역광에서 더 화려한 형태와 색을 드러낸다.
마찬가지로 사진가들은 한여름 무성한 초록의 잎들도, 들과 산에 핀 야생화도 대부분 역광으로 촬영한다.
자연이 아닌 인물의 경우에도 역광은 자주 활용된다.
/일러스트=정인성 기자
/일러스트=정인성 기자
사례가 되는 부끄러운 기억이 하나 있다.
사진기자 초년 시절에 어느 호텔을 찾아가서
내한한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를 촬영하라는
임무가 주어졌다.
그 디자이너는 캘빈 클라인이었다. 약속된 시간에
찾아가서 호텔 스위트룸을 두드리자 관계자들
여럿이 모여 있었다. 마침내 소개받은 그가
웃으며 인사를 했다. 백발에 주름진 얼굴이었지만
청바지에 하얀 티셔츠 차림으로 청년처럼 당당한
모습이었다. 사진 촬영에 딱 10분이 주어졌다.
급한 마음에 우선 스위트룸 창문 밖 발코니로
나가자고 제안했다. 해가 중천에 뜬 맑은 날 오후
여서 광선이 골고루 그의 얼굴을 비췄다.
안전하게 몇 장을 찍자 포즈를 취하던 그가
갑자기 광선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해를 등지고 돌아서서 말했다. "이제 찍어보시죠."
역광으로 선 그는 자신이 디자인한 청바지 모델들
처럼 능숙하게 포즈를 취했다. 급하게 촬영을
마치고 나오며 잠시 창피했지만 분명한 교훈
하나를 얻었다.
역광은 인물의 윤곽을 살려준다는 것을.
이렇듯 역광은 시각적으로 극적인 효과를 준다.
빛이 나오는 반대편에서 찍기 때문에 인물의 윤곽을 살릴 수 있다.
그래서 역광에선 플래시 같은 보조 조명이나 반사판 같은 도구를 사용하기도 한다.
실내에서 음식과 광고 상품들도 이런 형태를 살리는 역광으로 대부분 촬영된다.
하지만 역광이 언제나 사진의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역광이 언제나 사진의 정답은 아니다.
해가 뜨는 이른 아침이나 해 지는 저녁에 햇빛은 사선으로 내린다.
이것을 사광(斜光)이라고 하는데 태양광선이 부드럽게 만물을 비춘다.
옆으로 들어오는 광선은 대상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사광은 원근감을 풍부하게 주기 때문에 수많은 산과 바다를 소재로 한 풍경 사진들은 이른 아침이나 해 지는 저녁에
찍은 것이 많다.
그러면 풍경 사진은 항상 이른 아침이나 해 지는 저녁에 사광일 때만 찍어야 하나? 그렇지는 않다.
사진에서 광선은 정답이 없다.
사진에서 광선은 정답이 없다.
빛이 비추는 방향과 카메라가 놓인 위치는 언제나 변한다.
빛은 언제나 변할 수 있기에 사진가의 카메라 앵글(각도)은 항상 변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단풍이 역광에서 제 빛을 뽐내는 건 맞지만 순광에서도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사진가가 고려할 것은 단순히 야외에서 햇빛만이 아니다.
사진가가 고려할 것은 단순히 야외에서 햇빛만이 아니다.
햇빛은 지구의 자전주기뿐 아니라 구름의 크기와 구름을 이동시키는 바람에도 영향받는다.
또 안개와 대기의 먼지, 습도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자연적인 조건들을 다 떠나서 사진가는 야외에서 얼마든지 인위적으로 빛을 만들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런 자연적인 조건들을 다 떠나서 사진가는 야외에서 얼마든지 인위적으로 빛을 만들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많은 패션 사진가는 일부러 비가 오고 바람이 거센 흐린 날을 기다렸다가 야외 조명을 설치해서 촬영한다.
모델들은 오히려 맑은 날보다 거친 날씨에 빛날 수 있다.
광선 상태와 각도는 주어진 촬영 조건의 하나일 뿐이다.
좋은 사진은 이런 광선과 조건들을 고려할 줄 아는 창조적인 사진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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