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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박사의 '예술과 금융'] 고딕 건축과 레버리지 투자, 그 경이로운 닮은꼴

바람아님 2014. 12. 14. 18:00

(출처-[Weekly BIZ] 2013.03.16 자본시장연구원장)

자본시장연구원장고딕건축, 神에 대한 간절함 하늘로 수직으로 뻗어
아치 통한 천장 떠받치기와 공중 부벽 등 건축 新기술로 하늘 향해 솟는 고딕 창출
레버리지, 수익에 대한 간절함 이익률 직선 기울기 거의 수직
채권은 수평, 주식은 斜線 부채 많이 끌어다 쓸수록레버리지 수익률은 치솟아
거대한 차이점 있었으니…
700년 된 고딕 성당 건재해도 리먼 브러더스 등 금융건축은
속절없이 붕괴하는 사태 빚어 단단하고 견고한 기초가 중요


"자연에는 어디에도 직선이 없다." 스페인의 천재 건축가 가우디가 한 말이다. 
정말 통찰력이 돋보이는 말이다. 주변 자연을 둘러보자. 꽃, 새 둥지, 코끼리, 구름, 지구, 
사람의 생김새에 이르기까지 곧게 뻗은 직선은 정말 찾기 힘들다.

하지만 사람이 만든 것에는 직선이 많다. 책상, TV, 책, 고속도로가 그렇다. 
모서리가 조금 둥글려져 있기는 하지만 스마트폰도 직선 부분이 많다. 건축물도 직선이 주류다. 
물론 현대, 특히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에는 곡선이 강조된 건축물도 있지만, 서울이든 뉴욕이든 건축물에는 직선이 많다. 
금융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주식, 채권은 그 수익 구조가 직선이다. 
채권은 수평선이고, 주식은 사선(斜線)이다. 건축이든 금융이든 사람이 하는 일은 모두 비슷한 것 같다. 
사람이 개입되면 직선이 대세다.

◇고딕 건축, 신에 대한 절대적 신앙심을 형상화

하늘을 향해 높이 뻗은 수직형 건축물의 백미는 고딕 건축이다. 고딕(Gothic)이란 후대에 이탈리아인들이 만들어낸 말이다. 
북방의 야만인 고트족(the Goths)의 양식이란 뜻으로 고딕 양식을 비하하는 말이다. 
그리스· 로마로 이어지는 전통적 고전 건축을 주도한 이탈리아 입장에서는 프랑스·독일 등 북방 민족이 개발한 고딕 양식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건축사에선 13세기부터 15세기까지 프랑스·독일·영국 등을 중심으로 형성된 
종교 건축의 절정기를 의미한다.

독일의 쾰른 대성당, 프랑스 노트르담 대성당이 대표적 고딕 성당이다. 고딕 건축은 왜 생겨났을까? 
하늘을 향해 높게 뻗은 고딕은 신에 대한 절대적 신앙심을 나타낸 것이다. 중세는 교회와 신앙의 시대다. 
신앙심이 커지고 가톨릭 교회와 로마 교황의 힘이 커짐에 따라 고딕 성당은 더욱 화려해지고 더욱더 하늘을 향해 뻗어 
올라갔다. 독일의 울름 성당은 높이가 160m를 넘는다. 
위로 곧게 뻗은 고딕 성당은 신에 대한 신앙심과 더불어 교회의 권위를 상징했다.

◇중력과의 투쟁

정말 경이롭고 짓기 어려운 건축물인데, 어떻게 그 당시 기술로 가능했을까. 
건축의 발전은 '중력(重力)과 투쟁 과정'이다. 그만큼 높이 올릴 때 하중 분산이 어렵다는 말이다. 
그 이전 로마네스크 시대엔 채권처럼 수평선이 강조되었다. 뾰족한 첨탑도 없었고 전체 모양이 투박하고 낮았다. 
건축물이 높아지려면 이를 받쳐 주는 뼈대 구조가 든든해야 한다. 
흔히 간과되는 사실이지만, 화려한 고딕 건축 뒤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건축 구조의 혁신이 있었다. 
금융 발전을 위해 금융 혁신이 필요하듯 말이다.

첫째, 천장을 지지하는 구조에 혁신이 있었다. 
고딕 이전까지는 천장 모습을 본뜬 원통형 지지 구조가 천장을 떠받쳤다. 
돌로 만들어 무거웠기 때문에 붕괴 위험도 컸다. 
이 때문에 지지 구조 밑에 위치하는 건물의 벽도 두꺼워야 했고 창문도 크게 만들 수 없었다. 
그런데 고딕 건축에서는 갈비뼈 형태로 서로 교차하는 아치(rib arch)를 통해 천장을 떠받치는 기술이 개발됐다. 
아래쪽 하중은 줄이며 위쪽 천장은 견고하게 떠받칠 수 있게 된 것이다.

둘째, 고딕 성당의 가장 큰 특성은 높고 뾰족한 첨탑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화살처럼 끝이 뾰족한 첨두형 아치(pointed arch)다. 
기존의 원형 아치는 모양이 둥글기 때문에 반지름의 길이를 벗어나 높이를 키우기 힘들었다. 
첨두형 아치는 끝이 하늘을 향해 뾰족하게 삐쳐 나가기 때문에 그만큼 높이를 늘릴 수 있었다.

셋째, 높이가 일정 수준을 초과하면 본체의 기둥만으로 하중을 견디기 힘들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공중 부벽(flying buttress)이다. 
건물 밖에 보조 벽을 세워 높이로부터 발생하는 하중을 분산시킨 것이다. 
금융 관점에서 보면, 금융상품에 신용 보강을 해준 것과 같다.

◇레버리지, 수익성에 대한 절대적 신앙심을 형상화

그렇다면 금융에도 고딕처럼 수직적 구조물이 있을까? 
채권은 수평적이다. 기업 이익이 많든 적든 받아가는 이자와 원금은 일정하기 때문이다. 
주식은 사선(斜線)이다.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낼수록 받는 배당도 많아지고 시세 차익도 커진다. 
기업의 이익을 수평축으로, 투자자가 받는 수익을 수직축으로 보면 채권에 비해 주식은 기울기가 크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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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수익률 기울기를 더욱 키워 수직선에 가깝게 만드는 방법이 있을까. 
바로 레버리지(leverage), 즉 부채의 사용이다. 중세인들의 간절한 신앙심이 하늘을 향해 솟는 고딕을 창출해 냈다면, 
현대인들의 간절한 신앙심은 과연 무엇을 향한 신앙심인가. 바로 수익성에 대한 신앙심이다. 
그래서 개발한 것이 레버리지다. 
자기 돈뿐 아니라 남들로부터 돈을 빌려 투자하는 것이다. 레버리지, 즉 차입 비율이 높아질수록 투자 수익률도 높아진다. 
수익을 나타내는 직선의 기울기가 커지면서 수직에 가깝게 된다〈그림 참조〉
이익 추구라는 신앙심에 바탕을 둔 금융의 건축 양식이 바로 차입을 통한 투자다.

그런데 고딕 성당과 레버리지 간에는 큰 차이점이 있다. 
고딕 성당은 700년 전에 지어졌지만 아직 무너진 것이 없다. 
역학적·구조적으로 지탱할 수 있는 이상으로 높이를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 건축은 어떠했는가. 실물경제 또는 기초자산이 지탱할 수 있는 이상으로 기울기를 키우고 높이를 높였다. 
그래서 2008년에 무너진 금융 건축물이 많았다. 리먼 브러더스, 베어스턴스가 그랬다.

금융도 빌딩처럼 건축(architecture)이라는 용어를 가끔 쓴다. 
무릇 건축이라면 높이 솟고 화려한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단단하고 견고해야 한다. 
700년 전에 지어진 고딕 건축이 금융 건축에 주는 교훈이다.

▶ 레버리지(leverage)

원래는 ‘지렛대’라는 뜻. 작은 힘으로 무거운 사물을 들어 올리듯, 
자기 자산을 담보로 외부로부터 더 많은 자금을 빌리는 것을 뜻하는 금융 용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