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재를 막으려 손으로 입과 코를 막은 남자는 그대로 응고돼 석고 캐스트인 ‘웅크린 남자’가 되었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로마제국의 도시문화와 폼페이’는 폼페이에서 출토된 다양한 유물 300여 점으로 구성한 인류사의 한 조각이다. 벽에는 ‘나, 왔다 가노라’ 같은 낙서부터 선거 홍보용 문구까지, 우리 시대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일상이 남아있다.
이 모든 것을 한 방에 가게 한 ‘화산 폭발의 날 이후’가 아마도 이 전시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의 핵심일 것이다. 단단한 재가 거푸집처럼 그 안에 묻힌 물건이나 시신의 체적과 형태를 보존했다. 이렇게 응고된 석고를 ‘캐스트’라고 한다. 1860년대에 캐스트를 처음 고안한 고고학자 주세페 피오렐리는 석고와 배합된 인간의 뼈와 살점, 그들의 고통스러운 죽음을 견고한 자태로 되살려냈다. 쓰러지거나 웅크린 채 굳어버린 그들이 이 전시의 대미다. 그 앞에서는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 이 한마디면 족하다.
2015년 4월 5일까지. 02-1661-5449(www.pompeii.co.kr).
정재숙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