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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소식] 조점흥의 춤 - 흥과 멋

바람아님 2014. 12. 25. 21:46


인생 2막 연 늦깎이 춤꾼 조점흥과 제자들 “한번 놀아보려고요”

(출처-경향신문 2014-12-24 글·사진 김여란 기자)


ㆍ환갑 지나 입학한 무용학과 졸업
ㆍ제자 6명은 호남살풀이춤 이수
ㆍ26일 국립국악원서 기념 공연

“문화센터에서 민요춤이나 가르치면서 무슨 큰 무대에 서느냐고 사람들이 비웃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욕하는 건 남들 몫이고 원하는 건 해보고 죽는 게 제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26일 국립국악원 우면당 무대에 서는 춤꾼 조점흥씨(67)는 환갑 지나 늦깎이 대학생활을 했다. 
63살에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무용학과를 입학해 올해 졸업했다.
 3년 전 전북 무형문화재 호남살풀이춤(보유자 최선)도 이수했다.

지난 10월에는 조씨가 가르친 제자 6명이 한번에 호남살풀이춤 이수자가 됐다. 
현재 이 춤 이수자 100여명 중 7명이 조씨와 그 제자다. 제자들도 모두 조씨처럼 쉰 혹은 환갑 지나 전통 춤에 입문했다. 
다들 어릴 적 학예회·학교 동아리 등에서 춤의 매력을 알았지만, 세상살이에 치여 접어뒀던 꿈을 인생 2막에서 꺼내 들었다.

무형문화재 호남살풀이춤 이수자 조점흥씨(가운데)가 

서울 방배동 연습실에서 제자들과 함께 춤 연습을 하고 있다.


이번 공연 ‘조점흥의 춤: 흥과 멋’은 조씨의 졸업과 제자들의 이수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했다. 
조씨 본인 이름을 내건 공연은 처음이다. 
“저는 어릴 때부터 춤을 공부하지도 않았고 이름 있는 명무도 아니죠. 춤은 좀 못 추면 어때요. 
우리가 기념할 일이 있으니 한번 북 치고 장구 치고 놀아보려고요.” 
공연은 조씨의 호남살풀이춤·태평무 독무, 제자들과 함께한 동초수건춤, 
제자이자 동지들의 진도북춤·설장고·부채입춤 등으로 꾸려진다.

조씨는 열두 살 때 우연히 본 춤 교본에 홀렸지만, 22살에 결혼해 자녀 넷을 키우며 춤은 잊고 살았다. 
인생 황혼기에서 조씨는 춤이 그리워졌다고 했다.
 “나를 놔 달라고, 내가 하고 싶은 거 할 테니 엄마를 괴롭히지 말라고 했어요. 
처음엔 대입 원서도 가족들 모르게 써서 한동안 몰래 다녔죠.” 
대학 4년간 조씨는 20대 초반 학생들과 같이 레오타드를 입고 다리를 찢었다. 
딸 같은 교수에게 전통 춤은 물론 발레·재즈댄스까지 여러 무용을 배웠고 도서관에 틀어박혀 과제를 했다.

그리고 이제 자신과 마찬가지로 뒤늦게 춤을 배우려는 이들을 가르친다. 
조씨와 그 제자들처럼 늦게 춤을 배워 무형문화재 이수까지 이르는 경우는 드물다. 
조씨는 “요샌 대학에서도 돈 안되는 무용과를 없애는 추세이지만, 
구석구석에 있는 우리 아줌마들이 힘을 모아 전통을 이어 나가려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조씨 지도를 받아 올해 호남살풀이춤을 이수한 박영순씨(62)도 쉰이 지나 중앙대 예술대학원에 입학해 전통 춤을 공부했다. 
조씨보다도 나이가 많은 이수자 김삼기씨는 연습을 위해 지난여름 강동구 상일동에서 방배동 예술원까지 매일 출석했다. 
간호사 나희순씨(51)는 야간 근무 날이면 잘 시간을 아껴 병원 로비에서 수건을 들고 살풀이춤을 춘다. 
환자들이 관객이다. 공연 준비를 하느라 몇달간 몸무게 5㎏이 빠졌다. 
나씨는 “춤추는 동안은 나 혼자만의 시공간이 생기는 것 같다. 그 느낌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 

조씨는 친구 같은 제자들에게 춤을 가르치며 말하곤 한다. 
“나하고 5년만 춤 추면 노인정 갈 것 없이 우리가 앉은 곳이 노인정이에요. 
노후대책은 돈을 많이 모으는 게 아니라 늙을 때까지 써먹을 수 있는 재능을 갈고 닦는 거예요. 
우리가 좀 모자라도 오늘 행복하면 되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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