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전시·공연

[한성필 사진展 '지극의 상속'] 들춰내고 싶었다, 빙하의 숨은 상처를

바람아님 2015. 1. 27. 09:27

(출처-조선일보 2015.01.27 김미리 기자)

-한성필 사진展 '지극의 상속' (2015.01.08 ~ 2.22)
정형화된 極지방 풍경 아닌 개발로 폐허된 모습 담아내


	남극 빙하를 촬영한 작품‘블루 라곤’앞에 선 작가 한성필.

 남극 빙하를 촬영한 

작품 ‘블루 라곤’ 앞에 선 작가 한성필. 

자세히 보면 오염 물질로 빙하가 군데군데 녹아 있는 게 보인다. /고운호 객원기자

인간의 손길이 묻지 않은 궁극의 대자연이 혹시 당신 머릿속에 입력된 극(極)지방

모습이라면 이 전시를 추천한다. 자연 다큐멘터리와 학교 교육이란 깔때기를 

거쳐 당신에게 입력된 자연의 이미지가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남극과 북극을 오가며 찍은 사진과 영상을 전시한 한성필 개인전 '지극의

상속(相續)' 전(서울 북촌로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이다.


작가는 거대한 빙하, 펭귄, 북극곰같이 극지방을 포장하는 고정관념을 걷어내고
인간이 '정복'이란 미명하에 대자연에 낸 흠집을 여실히 보여준다.
북극해 '피라미든' 지역은 1910년 스웨덴이 탄광 개발을 처음 한 곳이다.
1927년부터 소련이 채굴권을 갖고 간 뒤 전형적인 소비에트 스타일 건물이
들어섰지만 1980년대 소련 붕괴와 함께 탄광도 문을 닫는다. 녹슨 탄광 철로와
얼어붙은 채 폐허가 된 탄광 모습에서 작가는 개발과 역사의 허무함을 포착한다.
무분별한 고래 포획으로 1904년 들어섰다가 1966년 문 닫은 그리트비켄 지역
포경기지도 렌즈에 담겼다. 작가는 "장엄한 빙하왕국 이면에 펼쳐진 자원
개발의 전장, 문명과 자연의 충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한성필은 '파사드(facade) 프로젝트'로 유명해진 사진가다.
유럽 도시들이 건물을 보수할 때 공사장을 가리려고 원래 건물의 이미지를
프린트해 설치한 가림막을 찍은 시리즈다. 가상과 실제, 과거와 현재의 간극에
대한 질문이다. 극지방 프로젝트에서도 이 물음은 여전하다고 했다.


	녹슨 탄광 철도가 하얀 설산(雪山)에 선명히 자국을 냈다.

 녹슨 탄광 철도가 하얀 설산(雪山)에 선명히 자국을 냈다. 

인간이 북극에 새긴 자원 쟁탈전의 상흔이다. /아라리오 갤러리 제공

"두꺼운 빙하는 시간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숭고한 공간입니다. 

사진으로 그 시간 안에 녹아 있는 

과거 개발 역사의 단면을 잘라내 

관객에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묻지요. 

후손에게 이 자연을 어떻게 물려줄 

것인지를요." 

그는 "과거 탐험가의 역할이 자연을 

정복하는 것이었다면 

지금 작가의 역할은 정신을 탐험하는 것"

이라며 

"앞으로도 우리 정신과 감각의 미개척지를

향해 부지런히 움직이겠다"고 했다. 

(02)541-5701



[한성필 사진展 '지극의 상속'] 들춰내고 싶었다, 빙하의 숨은 상처를

2015.01.08. - 02.22

서울 종로구 북촌로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02)541-5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