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0.04.12 김영나 서울대 교수·서양미술사)
근대 이전의 회화에서 가장 중요한 매체는 벽화 기법인 프레스코였다.
성당이나 궁전의 천장 또는 벽의 방대한 면적에 그리는 프레스코는 회벽이 완전히 마르기 전,
그 표면에 안료를 직접 바르는 방법을 말한다.
천장화의 경우 사다리 위에서 머리를 젖히고 팔을 올려 작업을 해야 했고,
하루 작업량이 한정되어 완성하기까지는 몇 달 또는 몇 년이 걸리는 수도 있었다.
또 일단 채색한 후에는 수정할 수가 없기 때문에 전체 계획을 철저히 세워 그리지 않으면 안 되는,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그러므로 프레스코는 대가들만이 할 수 있는 작업으로 알려져 왔다.
프레스코화는 오랜 시간 노출되면 먼지가 쌓이고 겉에 칠한 유약 때문에
시커멓게 변색하거나 회벽이 갈라지므로 보수 및 보존 작업이 필요하게 된다.
1989년에 선명한 색채가 새롭게 드러난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1508~1512)는 9년에 걸쳐
컴퓨터 프로그램과 같은 첨단 과학 기술을 바탕으로 세심하게 물감이 칠해진 바로 위까지의 먼지를 제거하고
보존처리를 한 결과였다. 조각가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미켈란젤로는 원래 이 작업을 하기 싫어했다고 한다.
그러나 교황 율리우스 2세는 그를 닦달해 면적이 14×39m나 되는 천장화를 그리게 했고, 계속 불평하는 미켈란젤로를
지팡이로 때리기도 했다. 결국 미켈란젤로는 4년에 걸쳐 구약의 창세기편을 거대한 회화의 세계로 완성시켰다.
유명한 '아담의 창조'<사진>는 거의 마지막에 그려진 그림이었다.
이 천장화의 보존 작업을 통해 학자들은 새로운 사실들을 알아냈다.
기존의 생각과는 달리 미켈란젤로는 누워서 천장화를 그리지 않았으며, 밝은 색채를 잘 구사했고,
여러 부분을 즉흥적으로 바꾸었다는 점 등이다.
학자들은 또 어쩔 수 없이 천장화를 그리던 미켈란젤로가 어느 순간부터 작업을 즐기기 시작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마도 이것은 사실인 것 같다.
왜냐하면 그는 23년 후 이 예배당의 또 다른 거대한 벽화 '최후의 심판'을 기꺼이 맡았기 때문이다.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 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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