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2.13)
대기업 귀족노조가 '고용 세습' 특권까지 챙기나
노동부와 한국노동연구원이 대기업 600여 곳의 단체협약을 조사한 결과 29%인 180여 곳에서 직원 가족의 채용 특혜를
보장하는 '고용 세습(世襲)' 조항이 들어 있다고 한다. 퇴직자의 자녀·배우자를 우선 채용하거나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업무와 상관없이 생긴 부상이나 질병으로 퇴직한 근로자의 가족도 우선 채용하기로 약속한 회사도 있고, 정년퇴직을 했거나
장기 근속을 한 경우에도 자녀 채용을 보장해 주는 곳도 있었다.
대기업 단체협약의 고용 세습 조항은 대부분 노조 측 요구로 들어간 것이다.
높은 연봉과 복리 후생 혜택을 누리고 있는 대기업 노조원들이 일자리까지 대물림하겠다는 것은 조선왕조 시대의
신분 세습을 방불케 한다. 기회 균등을 기대하는 대다수 국민의 상식을 배반하는 것이며, 대기업 노조원을 부모로 두지 못한
청년들의 취업 기회를 빼앗는 행위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나라는 고용 세습을 눈감아 줄 정도로 일자리가 넘쳐나는 상황이 아니다.
올 1월 청년(15~29세) 실업자는 39만5000명에 달한다. 청년 실업률도 9.2%로 7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취업 준비생이나 고시 준비생까지 포함한 체감(體感) 실업률은 12%에 육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 세 곳 중 한 곳이 일자리 대물림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청년을 좌절하게 만든다.
언제 해고될지 모를 고용 불안에 떨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도 607만 명에 달하지 않는가.
단체협약에 한번 고용 세습 조항을 집어넣으면 나중에 이를 무효화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법원은 2013년 5월 업무상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 가족을 특별 채용한다는 현대차의 단체협약 에 대해 "업무상 사망한 경우
유족의 생계 보장은 금전(金錢)으로 이뤄지는 것이 원칙이지, 대를 이어 일자리를 보장하면 안 된다"라며 무효(無效)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노조의 반대로 여태 단체협약을 고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노사정위원회에서 민간 기업의
고용 세습을 금지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고용 세습을 원천적으로 무효화하는 법조항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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