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産業·生産·資原

[만물상] 西進하는 ‘백색 가전’ 패권

바람아님 2024. 8. 8. 02:08

조선일보  2024. 8. 7. 20:24

과거 프로레슬링 TV 중계가 있을 때, 동네 사람들은 텔레비전 있는 집에 모여들었다. 그때 스위치를 켜고 30초 이상 기다려야 화면이 뜨던 미국산 제니스 진공관 TV를 보았다. 당시엔 이 TV가 있는 집은 부잣집이었다. 이 TV는 시간이 흐르며 금성사 흑백 TV, 삼성전자 컬러 TV로 바뀌었다. 한국 가전 산업의 발전과 맥을 같이한다. 그런데 몇 년 전 독립한 아들 자취방에 가니 TV, 무선 청소기, 선풍기, 제습기가 모두 중국산이었다. 아들은 “가격, 품질 모두 만족”이라고 했다.

▶백색 가전이란 말은 영어 ‘White Goods’에서 유래했다. 백색 가전 산업의 초대 제왕은 미국이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장고, 세탁기 등 백색 가전이 미국 가정에 하나둘 보급됐는데,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만든 가전제품이 대부분 흰색이었다. 청결을 강조하기에 적합한 색이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중산층은 GE·제니스의 TV, 월풀의 냉장고·세탁기에 열광했다.

▶1980년대 이후 백색 가전의 패권은 일본으로 넘어갔다. 1990년대부터는 한국이 백색 가전의 새 강자로 부상했다....TV에선 삼성이, 나머지 백색 가전에선 LG전자가 세계 1위로 올라섰다. 특히 LG는 2019년 월풀을 제치고 세계 1위 백색 가전 기업이 됐다. 근래엔 중국이 백색 가전 패권을 노리고 있다. 중국 1위 하이얼은 미국 GE, 일본 산요, 이탈리아 캔디 등 유명 가전 기업을 인수해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성과도 놀랍다.

▶LG전자가 최첨단 로봇 청소기 개발 및 생산을 중국 기업에 위탁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기술 격차’가 낳은 제휴라는 점에서 뒷맛이 씁쓸하다. 최첨단 중국 로봇 청소기는 백색 가전의 미래를 보여준다....중국은 AI, 빅데이터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 선진국 중 하나다. 백색 가전 패권이 미국, 일본, 한국에서 이제 중국으로 서진(西進)하는 흐름을 막을 수 있을까.


https://v.daum.net/v/20240807202407346
[만물상] 西進하는 ‘백색 가전’ 패권

 

[만물상] 西進하는 ‘백색 가전’ 패권

과거 프로레슬링 TV 중계가 있을 때, 동네 사람들은 텔레비전 있는 집에 모여들었다. 그때 스위치를 켜고 30초 이상 기다려야 화면이 뜨던 미국산 제니스 진공관 TV를 보았다. 당시엔 이 TV가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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