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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보고 싶은 그 사람.. 뇌를 연결해 꿈에서 만난다

바람아님 2015. 4. 12. 11:21

경향신문 2015-4-10

 

▲ 마음의 미래…미치오 카쿠 지음·박병철 옮김 | 김영사 | 580쪽 | 2만4000원

마음의 실체는 무엇이고 어떻게 작동할까. 인류는 수천년간 이 문제를 궁금해했다. 이에 대한 과거의 가설들은 대체로 두뇌의 역할을 과소평가한다. 예컨대 이집트인들은 두뇌를 쓸 데 없는 장기로 인식했다. 그들은 파라오의 시신을 방부 처리하면서 '필요 없는 두뇌'를 깨끗이 제거했다.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마음이 두뇌가 아닌 심장에 있다고 믿었다. 근대로 들어와서야 두뇌의 역할에 점점 관심이 커졌고 데카르트는 사람의 영혼이 두뇌의 내분비선인 송과선을 통해 들어온다고 생각했지만, 이 역시 근거 없는 가설의 수준에 머물렀다.



저자는 적어도 두뇌의 문제에서 인류는 수천년간 '암흑기'(dark age)를 겪어왔다고 말한다. 그는 '끈 이론' '평행우주론' 등으로 주목받는 이론물리학자다. 현재 뉴욕시립대학교 교수로 있다.

저자에 따르자면 마음에 관한 새로운 지식은 철학이나 심리학, 정신분석학이 아닌 두뇌생물학의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 예컨대 이제는 자기공명영상(MRI)을 비롯한 두뇌스캔 장치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컬러사진으로 촬영할 수 있다. 말하자면 마음은 두뇌에서 비롯하며, 그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게다가 저자가 더욱 주목하는 것은 "MRI와 두뇌스캔 장치로 두뇌와 바깥세계를 연결하는 데는 겨우 15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이 발전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 예측한다.

그래서 이 책은 '마음을 읽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순식간에 도래할 '마음의 미래'에 대해 말한다.

저자는 뇌과학과 신경과학 분야의 석학들을 만나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듣고 기술한다. 그것이 책의 내용이다. "새로운 영역으로 도약할 신경과학의 황금시대"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에 대한 예측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그 예견은 막연하고 추상적인 총론이 아니라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처럼 구체적이다. 저자 스스로도 "막연한 미래가 아니라 실감나는 현실"이라고 말한다.

책은 머잖은 미래에 마음은 육체의 한계를 극복한다고 말한다. 영화 <매트릭스>처럼 기억을 컴퓨터에 다운로드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현실이다.

저자는 단지 기억을 저장하는 차원을 뛰어넘어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는 '마음의 인터넷' 혹은 '브레인넷'이 대세로 떠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똑똑한 알약'을 먹으면 지능지수를 높이는 것은 물론, 기억을 선별적으로 지우는 것도 가능하다. 마음으로 물체를 조종하는 이른바 '염력'도 가능하며, 꿈의 동영상을 촬영해 누군가의 꿈속으로 진입하는 것, 더 나아가 두 사람이 뇌를 연결해 꿈을 공유하는 현실도 곧 다가올 미래라는 것이다.

저자는 그런 변화가 가져올 긍정적 효과에 대해서 언급한다. 이를테면 "사지가 마비된 환자의 뇌에 칩을 이식한 후 컴퓨터와 연결하면, 환자는 오직 생각만으로 웹서핑을 하고 e메일을 읽거나 쓸 수 있으며, 휠체어와 각종 전기제품을 제어하고 몸에 부착된 인공팔까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치매를 치료하고 정신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지적 능력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하지만 저자는 뇌과학과 신경과학의 윤리적 측면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는 자신을 "신경과학자가 아니라 그저 정신세계에 관심이 많은 이론물리학자"라고 밝히면서 "인간의 정신세계를 이론물리학자의 관점에서 바라봤다"고 책에 대해 설명한다.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