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4.18 이한수 기자)
'목수의 인문학' 펴낸 임병희
[인터뷰] 格物致知 : 나무의 성질 파악해 톱질하는 것
"반(半)은 백수고, 반은 목수입니다."
목공 작업용 앞치마 차림을 한 임병희(43)씨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임씨는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신화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박사 목수'다.
목공 일을 하면서 느낀 점을 동양 고전과 접목한 책 '목수의 인문학'(비아북)을 최근 냈다.
임씨는 3년 전 귀국한 후 대학 강의실이 아니라 공방을 찾아갔다.
"남이 만든 물건을 소비만 했지, 스스로 만들어 쓰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부했다고 다 강의를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서울 마포에 있는 가구 제작 공방 '나무와늘보'에서 목공을 배웠다.
임씨는 "나무를 깎고 톱질을 하면서 목수의 일이 곧 인문학이라고 깨달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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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톱의 성질을 모르면 톱질을 할 수 없어요. 톱은 '자르는 톱'이 있고 '켜는 톱'이 있어요.
나뭇결의 직각 방향으로는 자르는 톱을 쓰고, 결 방향으로는 켜는 톱을 써야 합니다.
나무와 톱이라는 사물을 알아야 어떻게 대처할지 알 수 있는 것이죠.
바로 '대학(大學)'에서 말하는 격물치지(格物致知)입니다."
그는 "나무는 부분마다 밀도가 다르고 톱은 휘어지며 빠져나가려는 속성이 있는데
바르게 톱질을 하려면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집중하면서 손을 미세하게 조정해야 한다"면서
"이는 '대학'의 성의정심(誠意正心)"이라고 했다.
대패질도 인문학적 상상과 만난다.
대패질도 인문학적 상상과 만난다.
임씨는 "대패질을 통해 가죽 '혁(革)' 자가 혁명(革命)이란 단어에서 쓰이는 것처럼 '바꾼다'는 뜻을 왜 가지게 됐는지
깨달았다"고 했다.
"원상태의 나무는 대패로 깎아내야 쓸 수 있는 나무로 바뀝니다.
가죽도 원상태로는 쓸 수 없지만 무두질해서 쓸 수 있는 것으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가죽 혁' 자가 바꾼다는 뜻을
갖게 된 것이죠."
전동 드릴에는 회전력을 나타내는 '토르크'라는 게 있다. 1부터 20까지 숫자로 회전 강도를 조절한다.
전동 드릴에는 회전력을 나타내는 '토르크'라는 게 있다. 1부터 20까지 숫자로 회전 강도를 조절한다.
삼나무처럼 무른 나무는 4~5 정도, 물푸레나무처럼 단단한 나무는 17~18 정도가 적당하다.
임씨는 "나무에 따라 토르크를 조절하는 것처럼
중용(中庸)은 1부터 10 중 가운데인 5를 뜻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맞게 지나치면 덜어주고 모자라면 채워주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만든 작품은 책꽂이·의자·책상·서랍장 등 40여점. 공방에서 주문받은 가구 제작을 도와주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만든 작품은 책꽂이·의자·책상·서랍장 등 40여점. 공방에서 주문받은 가구 제작을 도와주기도 하지만
고정 수입이 있는 것은 아니다. 비정기적으로 글을 쓰거나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을 하면서 생활한다.
"주위에서 저더러 특이하다고 하는데 제 입장에서는 매일 직장 다니는 분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요."
임씨는 "목공을 하는 동료들과 함께 목공 전문 잡지를 9월쯤 낼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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