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사진칼럼

변화무쌍한 한계령의 날씨

바람아님 2015. 7. 14. 09:11

[J플러스] 입력 2015-07-07

 

  메르스 공포에 사람들이 '방콕'하던 때다. 핑계가 좋았다. 주말에도 '마나님' 눈치 안보고 '뒹굴뒹굴'하게 격렬(?)하게 쉬었다. 그 날은 토요일이었다.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일어나 소파에 누워 책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아내가 바다가 보고 싶단다. 빈둥거리는 모습이 보기 싫었던 모양이다. 메르스 땜에 난린데 무슨 나들이냐고 손을 내 저었는데 다자고짜 옷을 갈아입고 나선다. 날선 말이 몇마디 오고 갔다. 그러나 이 나이 때면 마누라 이길 장사 없다.
 
 투덜거리며 운전대를 잡았다. 날씨까지 잔뜩 찌푸렸다. 인제 쯤 가니 간간이 빗방울 떨어졌다. 미시령 터널로 가면 금새 동해바다에 다다르겠지만 한계령을 택했다. 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만 기왕 나선거 설악산의 청정한 공기를 마시고 싶었기 때문이다. 굽이굽이 산길을 올라 한계령 휴게소에 다다랐다. 그런데 이게 왠 떡(?)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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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시간에 찍은 한계령 동쪽과 서쪽의 모습이다.> 
 
  한계령의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전망대에 서니 한계령 서쪽은 해가 쨍쨍한데 동쪽에는 세차게 비가 내렸다. 오랫동안 메말랐던 산에 한바탕 비가 쏟아졌다. 잠시 비가 잦아 들자 뽀얀 운해가 골짜기마다 드리워지며 장관을 연출한다. 재빨리 차로 돌아가 카메라를 꺼냈다. 구름이 이리 저리 몰려다니며 '그림'을 만들어 준다. 정신 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늘 그럴듯이 절정의 순간은 짧다. 5분정도 지났을까. 구름이 옅어지며 운해가 사라졌다. '그림 하나 건졌다' 며 흐뭇해 하며 돌아서는데 아내가 한마디 한다.
   "그봐, 마누라 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