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8.08 이한수 기자)
18세기까지 독서는 남성 전유
여류작가 제인 오스틴 이후 여성도 당당히 책 읽기 시작
독서광으로 알려졌던 먼로, 수영복 입고 '율리시스' 읽기도
18세기 여성이 책을 읽는 일은 사회 병리적 현상으로 치부됐다.
독일 문호 괴테가 1774년 출간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주인공 베르테르는 연인 로테에게 시를 읽어준다.
'여성 문학'은 '오만과 편견'의 작가 제인 오스틴(1775~1817)에서 비롯된다.
영화배우 메릴린 먼로가 1955년 3월 뉴욕 한 호텔에서 책을 읽는 모습. 먼로의 책 읽는 모습에 남성 팬들은 “몰입하는 모습이 더 섹시하다”고 했다. /Corbis/토픽이미지 |
'섹시 심벌' 여배우 메릴린 먼로는 책 읽는 모습을 자주 드러냈다.
먼로는 영화 홍보를 위해 미국을 순회할 때 도스토옙스키, 마르셀 프루스트, 프로이트를 읽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느 촬영장에는 릴케의 시집을 들고 나타났다. 단지 연출은 아니었다.
먼로는 때때로 서점에 들른다고 설명했다.
"몇 권을 슬쩍 읽어보고 관심 있는 내용이 있으면 책을 사요. 이 책은 어제 저녁에 산 거예요."
어렵기로 유명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수영복 차림으로 읽는 먼로의 모습이 남성지 '에스콰이어'에 실리자
남자들은 열광했다.
영국 작가 재닛 윈터슨은 "이 사진은 완전히 몰입된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절대적인 몰입보다 더 섹시한 것은 없다"고 적었다.
먼로는 독서에 에로틱한 기운을 불어넣은 '뮤즈'였다.
1960년대 이후 책 읽는 여자들은 지성계를 장악해 나간다.
수전 손태그(1933~2004)는 지성계를 압도한 지적 스타였다.
소설가이자 평론가, 극작가이자 영화감독으로 활동한 그는 출세주의에 빠진 학계를 통렬히 비판했다.
그는 "교수들의 경직된 태도에 넌더리가 난다"면서 뉴욕의 지식인들에게 팝아트와 대중문화 같은 현실의 진가를 인정하고
모든 감각을 동원해 예술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했다.
손태그는 독서로 쌓은 지성을 바탕으로 여성 지식인을 얕잡아 볼 수 없게 했다.
독일 작가인 저자는
18세기부터 현재까지 여성 작가와 독자에 얽힌 흥미로운 스토리로 '책에 미친 여자들의 세계사'를 정리한다.
독서를 통해 세상의 편견을 넘어 자신의 길을 찾아간 여성들의 이야기다. 저자는 말한다.
"오늘날 어딜 보든지 책 읽는 여자들이 눈에 띈다. 여자들은 삶을 견디기 위해 책을 읽는다.
전형적 남성의 행위였던 독서는 이제 누가 뭐래도 여성적인 삶의 형식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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