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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332] 경원선 복원

바람아님 2015. 9. 1. 08:13

(출처-조선일보 2015.09.01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사진극적으로 이뤄진 남북 고위급 회담 덕택에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과 경원선 복원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동안 결코 평화스럽지 못했던 '평화'라는 단어 때문에 남북 협력을 이끌어내기 어려웠는데 

이제 '생태'의 부드러움이 단절의 벽을 조금씩 허물기 시작했다. 

그 첫걸음으로 우리 정부는 지난달 5일 백마고지역에서 월정리역까지 9.3㎞의 경원선 구간 복원 사업에 

착수했다. 경원선이 복원되면 마식령 스키장을 비롯한 북한의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구' 사업도 활기를 

띨 것이다.

이번 정부의 기획안에 귀한 배려가 하나 눈에 띈다. 

원래 경원선은 옛 태봉국 도성지를 관통했었는데 새 경원선은 유적지를 우회해 건설된다. 

대한민국이 문화 선진국이 돼가고 있다는 작은 증거이리라. 나는 내친김에 또 하나의 배려를 주문하련다. 

복원할 구간 26.5㎞ 중 적어도 DMZ 구간 4~5㎞는 반드시 고가 철도로 건설해줄 것을 요청한다. 

그리하면 문화 선진국과 더불어 생태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어차피 낙타고지와 평강고원을 통과할 테니 충분히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과 경원선 복원은 분리된 사업이 아니다. 

온대 생태계 제일의 생물다양성 보고인 DMZ는 전역을 한 덩어리로, 혹여 그게 불가능하더라도 몇 개의 큰 덩어리로 

보전해야 한다. 김대중 정부는 너무 서두른 나머지 경의선과 동해선을 고가로 만들지 못했지만 경원선부터는 생태적으로 

건설해야 한다. 그래야 통일과 함께 연결될 금강산철도를 비롯해 6개 국도와 6~8개의 지방도 역시 고가로 만들 수 있다.

DMZ는 그리 넓은 땅이 아니다. 길이 248㎞에 폭 4㎞로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땅덩어리다. 

만일 이 좁고 길쭉한 땅을 열댓 개 철도와 도로가 가로지르면 우리는 그토록 그리던 통일을 이룰지 모르지만 

DMZ 동물들에게는 그 순간부터 아픈 분단의 역사가 시작된다. 

분단 한국은 역설적으로 관광 거리가 됐지만 분단 생태계는 아무도 보러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