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입력 2015.09.16
1990년부터 아프리카 복지사역 선교사 …김도형사진작가와 협업
【뉴욕=뉴시스】노창현 특파원 = 칼라하리 사막에 뜬 십자성, 밤하늘 나무 위로 무수히 떨어지는 은하수, 구름인듯 바다인 듯 외로운 조각배 하나….
"당신은 아프리카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불모의 사막? 내전과 질병, 기아? 무서운 맹수 사파리? 그러나 보이는게 전부가 아니랍니다."
좀처럼 보기 힘든 한국인 작가의 아프리카 사진전이 뉴욕에서 열렸다.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의 P339갤러리에서 지난 13일까지 열린 '김해영의 아프리카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의 뒷이야기를 낳고 있다.
이번 사진전은 아프리카에서 20년간 선교와 복지사역을 하고 있는 김해영(49) 선교사가 김도형 사진작가와 함께 지난 2013년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간 케냐와 보츠와나, 탄자니아 등을 돌며 아프리카의 자연과 사람을 담은 것이다.
아프리카 토속 장식물이 창가에 배열된 전시장에 들어서면 흑백과 컬러의 사진들이 장식된 벽이 눈을 가득 채운다. 김해영의 아프리카 이야기는 아프리카에 대한 어설픈 편견을 담박에 깨뜨린다.
빈곤하지만 정이 넘치는 마을사람들, 활기찬 어촌시장, 동생을 데리고 가며 뒤를 돌아보는 어린 소녀의 환한 미소, 오랜 가뭄에 쩍쩍 갈라진 대지와 낙타, 그위로 빛나는 파란 하늘, 황량한 사막조차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들이 네모난 액자에서 말없는 울림을 전해주고 있다.
김해영 선교사의 아프리카 사진전은 2014년 11월 한국에서 한 차례 열렸다. 극동갤러리에서 열흘간 열린 전시회는 역시나 이례적인 반응을 얻었다. 단순히 풍경과 풍물 사진이 아니라 김 선교사의 녹록치 않은 삶이 아프리카인들과 함께 용해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뉴욕한국밀알복지재단 희망사업본부 아프리카 권역본부장이라는 다소 긴 공식 직함을 갖고 있다. 국제사회복지사라는 타이틀도 있다. 아프리카에 간 것은 지난 1990년. 사단법인 선교회에서 기술학교 교사를 선발할 때 자원한 것이었다. 보츠와나에서 4년간 기술학교 교사로 일하고 이후 10년간 교장으로 근무했다.
"가난하고 황량한 보츠와나 사막에서 폐교위기의 학교를 일으켜 세우고 아이들을 가르치며 참다운 삶의 의미를 깨달았다"는 김해영선교사는 그 과정에서 발견한 삶의 진실과 가난과 기아, 질병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아프리카의 생명력을 아름다운 사진과 글에 담았다.
갤러리를 방문한 미국인들은 한국인 작가의 아프리카 사진전에 특별한 호기심을 표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색감이 그림처럼 나와서 어디서 프린트했냐고 많이 물어보았다는 후문이다.
브루클린에 거주하는 정정인씨는 "우연히 길을 지나다 전시회를 보게 됐는데 자연과 사람들이 하나가 된 듯 조화롭고 아름답다는 느낌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사진전을 뉴욕에서 하게 된 것은 특별한 사연이 있다. 2004년이었다. 아프리카인들의 사회복지를 위해 좀더 체계적인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돈도 없던 제가 세계에서 가장 생활비가 비싼 뉴욕에서 공부하겠다고 하자 주변에서 미쳤다고 했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7년간 살 수 있었어요. 대학과 대학원을 다니는동안 많은 한인분들이 도와주셨지요. 학비도 보태주고 밥도 많이 사주시고.. 살다보면 동서남북이 막힌것처럼 암담한 순간도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13년도 그런 생활의 연속이었지요. 지난해 출간한 '다행이다 아침이 온다'라는 책 제목처럼 캄캄할때는 아침이 올 것 같지 않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불평하지 않고 잘 참고 견디노라면 어느 순간 아침은 온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괜찮아 오늘 하루만 죽지 않고 잘 살면 돼'하고 하루하루 타박타박 황소처럼 살아가세요."
맨해튼의 나약대학교와 컬럼비아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위를 받은 그녀는 한국에 돌아갔다가 2012년 밀알복지재단에서 아프리카권역본부장의 직위를 받고 케냐에 파견됐다. 아프리카엔 역시 선교사인 남동생 김종균(45)씨 가족이 1995년부터 함께 생활하고 있다.
사실 사진전은 3년전부터 발간한 책이 계기가 됐다. 2012년 '청춘아 가슴뛰는 일을 찾아라'(서울문화사), 2013년 '숨지마라 네 인생이잖아'(두란노서원)을 연속 발간한 그녀는 14년간의 보츠와나 생활과 최근의 케냐생활을 묶어 낸 책 '당신도 빅폴을 만날거야'(쌤앤파커스), '다행이다, 아침이 온다'(두란노)에 들어갈 사진을 위해 김도형 사진작가와 함께 케냐, 보츠와나, 탄자니아 등을 순회했다.
아프리카를 그들의 눈높이에서 들여다본 사진들의 작품성을 알아본 이들이 기획한 사진전을 통해 사람들은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을 조금씩 걷어낼 수 있었다. 전쟁과 재해, 질병, 테러, 에볼라 등 나쁜 편견과 이미지로만 알았던 아프리카는 불확실한 삶의 연속성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굉장히 가난한 원시마을에 조사를 갔는데 할머니와 며느리, 아이 등 7명이 시각장애인이었어요. 놀랍게도 굶어죽지 않고 살아가더라구요. 주민들이 가난해서 자기들이 먹을 것도 부족한 와중에도 조금씩 떼어서 이 가족들에게 갖다주는걸 알게 됐어요. 에이즈로 인해 고아들이 생기면 친척들이 다 거둬서 키우고 있는 가정들도 많았구요. 이렇게 척박한 생활속에서도 나름대로 건강한 공동체가 유지되는 것 보면서 우리가 아프리카에 대해 오해하고 있구나, 하는걸 느꼈지요. 그들은 주어진 삶을 자부심과 의지, 원초적 생명력으로 이어나가고 있었어요."
김해영의 아프리카 이야기는 '돌아보니 무수히 쏟아져 내리는 밤하늘의 별들'이었다. '희망이 없던 그시절을 견디고나니 나한테도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15일 한국으로 돌아간 그녀는 10월말 다시 케냐로 향한다. 그곳엔 1995년부터 역시 선교사로 있는 남동생 김종균(45)씨 가족도 있다. 김해영 선교사는 "케냐에서 각종 사회복지사업이 잘 진행되도록 힘을 보태겠다"며 "현장 경험들을 살려서 케냐를 근거지로 한국과 다른 나라를 오가면서 선교사로서, 국제사회복지사로서 직분을 다할 것"이라고 밝은 목소리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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