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10.20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잠자리 날개처럼 가볍고 고운 한산 모시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세워진 한산모시관에서는
지금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모시를 짜고 있다.
조만간 국립생태원에서도 마치 모시 틀에서 씨실꾸리가 담긴 북이 좌우로 넘나드는 것 같은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다만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장인들이 아니라 앙증맞은 개미들이 올을 엮는 게 다를 뿐이다.
국립생태원 개미세계탐험전에는 동남아시아 열대에서 데려온 베짜기개미가 손님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베짜기개미는 협동의 극치를 보여주는 아주 특별한 개미다.
베짜기개미는 협동의 극치를 보여주는 아주 특별한 개미다.
오죽하면 개미허리라고 할까마는 그 가는 허리를 뒤에서 입으로 물고 그놈의 허리를 또 다른 개미가 입으로 무는 형식으로 수십, 수백 마리의 일개미가 여러 줄로 나란히 매달려 두 장의 나뭇잎을 가까이 잡아당긴다.
그런 다음 곧 고치를 틀어 번데기가 되려는 애벌레들을 동원해 그들이 뿜어내는 생사(silk)를 가지고 마치 씨실 북이
왔다갔다하듯 양쪽 이파리를 엮어 방을 만든다.
이들의 일사불란한 협업 현장을 바로 코앞에서 지켜볼 수 있도록 전시할 예정이다.
베짜기개미 연구는 하버드대 내 스승들이었던 횔도블러 교수와 윌슨 교수의 공동 연구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무려 40년을
베짜기개미 연구는 하버드대 내 스승들이었던 횔도블러 교수와 윌슨 교수의 공동 연구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무려 40년을
이어오고 있다. 오랜 연구에도 여전히 남는 불가사의는 그들의 작업 현장에 이를테면 '작업 반장'이 없다는 사실이다.
잠언 6장 7~8절에 솔로몬 대왕께서 이미 그 옛날에
'개미는 두령도 없고 간역자도 없고 주권자도 없으되 먹을 것을 여름 동안에 예비하며 추수 때에 양식을 모으느니라'
하셨지만, 그래도 많은 개미가 일하려면 전체를 진두지휘하며 구령이라도 부를 지도자 개미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어언 40년 동안 보고 또 봐도 찾을 수가 없다.
베짜기개미 전시에 오면 꼭 작업 반장 개미가 있는지 찾아보시기 바란다.
만일 찾으시면 그야말로 세기의 발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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