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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337] 생일과 죽음

바람아님 2015. 10. 13. 09:18

(출처-조선일보 2015.10.13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10월 13일 오늘은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선수 스위드 리스버그가 태어나고 죽은 날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그가 왜 1919년 월드시리즈 결승에서 돈을 받고 일부러 져줬는지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처럼 생일에 사망한 사람들에 대해 이 글을 쓰고 있다. 
생일에 생을 마감한 사람은 뜻밖에 많다. 
셰익스피어가 1616년 4월 23일 52번째 생일에 작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여배우 잉그리드 버그먼과 전미여성협회 초대 회장을 지낸 여권운동가 베티 프리댄도 태어난 날 사망했다.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자 파블로 페냐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평일에 비해 생일에 사망하는 비율이 
평균 6.7%가량 높다. 
미국 사회보장국으로부터 1998년에서 2011년 사이에 사망한 2500만명의 기록을 넘겨받아 분석했는데 
이 같은 현상은 20대 청년들에게서 가장 두드러졌고 30대, 10대, 40대가 그 뒤를 이었다. 
20대의 경우 생일이 주말인 경우에는 48.3%를 기록했다. 생일에는 다른 날보다 과식 또는 과음할 확률이 높고 
평소와 달리 무모한 도전으로 인한 불의의 사고를 당할 위험이 높다는 게 보편적인 해석이다.

총 200만여명의 사망 자료를 분석한 2012년 스위스 연구는 60세 이상의 경우 평일에 비해 생일에 사망하는 확률이 
14%나 높은 것으로 보고했다. 생일에 심장마비로 죽을 확률은 18.6%, 낙상 사고로 죽을 확률은 무려 44%나 높았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자살로 인한 죽음도 34.9%나 높았다.

연구진은 두 가지 설명을 내놓았다. 
오랜만에 가족과 친지들에게 둘러싸여 행복한 시간을 갖다 보면 들뜬 나머지 심장박동이 급증해 뜻밖의 죽음을 맞이하거나 
생일까지는 어떻게든 버티다가 정작 생일을 맞으면 긴장이 풀려 스스로 생명줄을 놓는 것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영국 시인 알렉산더 포프는 "생일이란 지난해의 장례일"이라 했지만 평생의 장례가 되는 건 아무래도 좀 서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