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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335] 낚시 쓰레기

바람아님 2015. 9. 23. 00:18

조선일보 : 2015.09.22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낚시하기 좋은 계절이다. 해마다 이 무렵이면 브래드 피트를 단숨에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장면이 떠오른다. 나는 그런 멋진 곳에서 낚시해본 경험은 없지만 아들 녀석이 어렸을 때 하도 낚시를 좋아해 거의 매주 인근 숲 속 작은 연못을 찾았다. 우리가 나타나면 어떻게 아는지 손바닥만 한 블루길들이 얼른 미끼를 던져달라며 빠끔빠끔 모여들었다. 그날도 나는 아들의 장난감 낚싯바늘에 끼워줄 미끼 곤충을 찾아 연못 주위를 돌던 중 올무에 걸린 흰발생쥐 한 마리를 발견했다. 누가 생쥐를 잡으려고 올무까지 놓았나 싶어 자세히 보니 버려진 낚싯줄에 다리가 걸린 것이었다.

낚시꾼이 무심코 버리고 간 낚싯줄과 바늘 때문에 애꿎은 새들이 낚이고 있다. 오리·기러기·고니 등 이른바 수금류(水禽類)만 당하는가 싶겠지만 도요새·저어새·왜가리 등 섭금류(涉禽類)는 물론 나무에 둥지를 틀고 사는 다른 새들까지 피해를 본다. 낚싯바늘을 삼켰거나 부리·다리·날개 등이 낚싯줄에 감겨 시름시름 죽어간다. 심지어는 둥지를 지을 때 물어 나른 낚싯줄 때문에 그야말로 자기 집 안방에서 엉켜 죽는 어처구니없는 비극도 벌어진다.

'한국물새네트워크(WNKorea)'와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OSEAN)'은 낚시 쓰레기로부터 저어새를 보호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저어새는 현재 20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으로 중국 동북부 해안과 우리나라 서해안에 둥지를 틀고 번식한 다음 홍콩·대만·베트남·필리핀 등으로 이동하여 월동한다. 저어새는 숟가락처럼 생긴 부리를 갯벌에 박고 좌우로 휘휘 저으면서 먹이를 잡기 때문에 다른 새들보다 더 손쉽게 버려진 낚싯줄과 바늘에 걸려든다.

이제는 우리 낚시 애호가들도 작은 물고기는 풀어주는 등 기본적인 수칙은 잘 지키지만 조금만 더 성숙해지면 좋겠다. 낚싯줄이나 납추가 걸릴 만한 구조물이 많은 곳은 되도록 피하고 사용하던 낚시 용품은 꼭 수거하기 바란다. 내 즐거운 취미 활동이 새들에게는 심각한 생사(生死)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