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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340] 나윤선의 진화

바람아님 2015. 11. 3. 08:41

(출처-조선일보 2015.11.03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사진이화여대 음악연구소는 '예술을 이해하는 다양한 지도들'이라는 의미의 MAPS(Music, Arts, Philosophy, 
Science) 강좌 시리즈를 운영한다. 김정운·고미숙·김경일·정재찬 등 기라성 같은 강사들과 더불어 지난 
토요일에는 우리나라가 낳은 세계적인 재즈 싱어 나윤선의 강연이 있었다. 무대 울렁증이 심하다며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시작했지만 이내 오디오·비디오 자료는 물론 라이브 음악까지 곁들이며 
그야말로 '강약중강약'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압권의 강연 퍼포먼스를 연출해냈다. 
그는 무대와 청중을 쥐락펴락할 줄 알았다.

나윤선은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가 재즈를 배워보라는 친구의 권유로 
음악을 하기에는 퍽 늦은 나이인 26세에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다. 
원래 고음이지만 으레 그래야 하는 줄 알고 저음의 미국 흑인 여가수들을 모창 수준으로 흉내 내다 끝내 좌절하고 
포기하려는 순간 지도 교수의 권유로 전혀 다른 음색의 재즈 싱어 노마 윈스턴의 '티 포 투(Tea for two)'를 접한다. 
부르는 사람에 따라 전혀 새로운 음악으로 거듭나는 자유의 예술, 재즈의 질척한 늪으로 빠져드는 순간이었다.

그 후 나윤선은 관찰과 실험을 시작한다. 일명 '엄지 피아노'라 불리는 아프리카 전통 악기 칼림바의 소박한 반주에 맞춰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줄리 앤드루스가 부른 '내가 좋아하는 것들(My favorite things)'을 재즈 버전으로 부르며 
주목받기 시작한 후 줄곧 이 세상 모든 소리 나는 것들을 재즈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에서 때  를 잘 만나는 행운과 1만 시간의 끈질긴 노력이 성공을 부른다고 했다. 
거의 매일 서너 시간씩 10년을 투자하면 얼추 1만 시간이 된다. 나윤선은 20년째 재즈만 하고 있다. 
소설가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에는 "다윈은 아직도 관찰 중이고, 진화론은 지금 진화 중이다"라는 명문이 나온다. 
그렇다. "나윤선은 아직도 관찰 중이고, 재즈는 지금 진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