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11.17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1859년 11월 24일 세상을 바꾼 책이 출간됐다. 바로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었다.
총 502쪽에 이르는 책이었지만 그보다 먼저 나온 '비글호 항해기'가 붉은 표지에 책등을 금박으로 입힌
것에 비하면 그저 튼튼하게 녹색 천으로 제본한 다소 평범한 모습의 책이었다.
어느 정도 논란은 예상했지만 이처럼 세상을 송두리째 뒤바꿔놓을 줄은 다윈 자신도 미처 몰랐다.
출판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인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가 같은 해에 출간돼 적이
우려하면서도 출판사는 과감히 애초 계획보다 많은 1250부를 찍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출간되자마자 인쇄 부수보다 250부나 많은 1500부 주문이 쇄도한 것이다.
나는 내가 지금 몸담은 국립생태원에 '생태학자의 길'을 만들고 있다.
나는 내가 지금 몸담은 국립생태원에 '생태학자의 길'을 만들고 있다.
2014년 11월 23일에는 침팬지 연구의 대가 제인 구달의 업적을 기리고자 '제인 구달의 길'을 만들고 때마침 방한한
구달 박사를 모셔 명명식을 치렀다. 이번 11월 24일에는 '종의 기원' 출간을 기념하며 '찰스 다윈의 길'을 연다.
총 1.6㎞에 이르는 숲길을 따라 걷노라면 인류의 사고 체계를 근본부터 바꿔버린 다윈의 이론,
즉 자연선택과 성선택 이론이 탄생한 과정을 짚어볼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심각한 고민이 생겼다.
구달 길 봉헌에는 구달 박사가 직접 참석해 뜻깊은 행사가 됐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다윈을 모실 방법이 없었다.
그러던 내게 묘안이 떠올랐다. 현재 집필 중인 책 '다윈의 사도들'에서 내가 다윈이 살아 돌아오면 가장 먼저 만나고 싶어 할
학자로 지목한 프린스턴대 그랜트 교수 부부를 모시기로 했다.
로즈메리와 피터 그랜트 교수는 벌써 40년 넘게 갈라파고스 현지에서 다윈이 관찰하고 채집했던 핀치새를 연구해온
우리 시대 최고의 진화생물학자이다. 게다가 피터 그랜트 교수는 다윈의 고향에서 한 시간도 채 안 떨어진 곳에서
태어났고 언뜻 다윈을 참 많이 닮았다.
두 대가와 함께 걸으며 되새기는 다윈의 삶과 업적, 참 남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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