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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344] 도서관 서점

바람아님 2015. 12. 1. 08:49

(출처-조선일보 2015.12.01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미국에 살 때 우리 가족은 허구한 날 서점에 가서 종일 죽치곤 했다. 
각자 자기 코너에서 책을 읽다가 서점 한쪽 구석 카페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우기 일쑤였다. 
어떤 날은 어둑어둑해질 무렵에야 가장 책을 덜 좋아하는 내가 각 코너를 돌며 애걸복걸해 
겨우 서점을 빠져나오기도 했다. 미처 다 못 읽은 책들을 양손 가득 사서 들고. 
귀국한 후 가장 그리웠던 게 이런 서점 나들이였다. 
그래서 아내와 나는 아예 우리가 그런 서점을 하나 만들어 운영해보자는 꿈을 꾸기도 했다. 
주변에 물어보니 대한민국에서 그런 서점은 십중팔구 망한단다.

광화문 교보문고가 도서관 서점으로 탈태했다. 
뉴질랜드 카우리 소나무로 만든 길이 11.5m의 책상 두 개가 들어섰다. 무려 100명이 함께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단다. 
교보문고는 1980년 교보생명 창업주 고(故) 신용호 회장이 "서울 한복판에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서점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며 종로구 종로1가 1번지에 만든 서점이다. 책을 사지도 않은 채 읽거나 베끼더라도 눈총 주지 말며 
심지어 책을 훔치더라도 절대 망신 주지 말라는 다소 무리한 영업 지침에도 상당한 영업 이익을 올렸다는 보고를 받고 
책을 팔아 너무 많은 이익을 남기지 말라는 지침을 덧붙였다는 일화는 지금도 씻김을 거부하는 영혼처럼 서점 안을 떠돈다.

해마다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출판 업계를 살려내기 위해 마련한 도서정가제가 시행 1년을 맞았다. 
동네 서점들이 조금씩 기사회생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교보문고는 또한 출판사 기본 공급률을 오프라인 기준에 맞추고 어음 결제를 없애는 등 출판사와 상생  의지를 새롭게 했다. 
기왕에 시작한 상생 노력 조금만 더 확실히 하자. 사람들이 읽느라 손때 묻힌 책 출판사로 떠넘기지 말자. 
우리도 좀 더 성숙한 시민이 되자. 서점의 책은 절대로 침 발라 넘기지 말자. 
가운데를 눌러 펼치지도 말고. 아무도 손때 묻은 책은 사려 하지 않는다. 
그게 설령 자기 손때라도. 어렵게 시작한 도서관 서점이 잘 정착되기 바란다. 


===========================[ 또 다른 의견 ]===========================

[생각해 봅시다] 책, 팔지 않고 읽힐 거면 서점은 왜 하나

    (출처-조선일보 2015.11.20 임정진 동화작가)


    임정진 동화작가다들 알다시피 출판계는 도서정가제 이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도 출판사마다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난관을 헤쳐나가려 애쓰고 있다.
     그런데 최근 서울의 한 대형 서점이 약 100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5만년 된 
    대형 카우리 소나무로 제작한 독서 테이블을 매장에 설치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걱정이 더 앞섰다.

    서점에서 책을 읽는 것은 어떤 책을 살지 결정하기 위해서 잠시 들춰보는 것이다. 
    책을 사지 않고 한 권을 다 읽고 싶다면 친구에게 빌려 읽거나 도서관 혹은 북 카페에 가는 것이 맞다. 
    요즘은 곳곳에 도서관도 많아져 필요한 책을 빌려 보는 방법으로 많은 분이 독서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아예 서점에 와서 도서관처럼 편하게 책을 보라고 한다.

    독서 문화 확산을 위해 애쓰는 서점에서 선심을 쓰는데 왜 그러느냐고? 
    문제는 그 손때 묻은 책을 아무도 사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꺼운 책의 경우 가운데를 눌러 펼치면 그 흔적이 남는데 손때가 안 묻어도 그런 흔적만 있으면 고객은 새 책을 
    원하는 게 현실이다. 물론 그동안도 그림책의 경우, 어린이를 데려와 그림책을 읽어주고 안 사가는 경우가 많았다. 
    어린이도서 출판사들은 오랫동안 그 상황을 받아들였다. 
    이제는 어린이도서관들이 많이 생겨 그 자리를 대신해주고 있어서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대형 서점까지 발벗고 나서 책 한 권을 충분히 읽고 가도록 부추기고 있다. 
    그러면 그 후는 어찌 될까. 헌 책이 된 새 책은 고스란히 출판사로 반품될 것이고 서점은 또 새 책을 주문할 것이다. 
    서점은 아무 비용도 지불하지 않는다. 도서정가제로 인해 반품 도서나 구간 책은 예전처럼 도서판매 행사에서 
    파격 할인판매를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생색은 서점이 내는데 부담은 출판사가 져야 한다면 이건 누굴 위한 전략인가. 
    대형 서점이 정말 독서 문화 확산을 위해 희생하고 싶다면 자기 돈으로 책을 구매해 신간 전문 도서관을 열기 바란다. 
    서점을 이용하는 애서가들도 서점 서가의 책들을 더욱 아껴주기 바란다.

    임정진 동화작가  기고자:임정진  본문자수:1041   표/그림/사진 유무: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