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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345] 남녀의 두뇌

바람아님 2015. 12. 8. 08:00

(출처-조선일보 2015.12.08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남성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남녀의 두뇌에서 확실한 성징을 찾고 싶어 했다. 
제일 처음 발견한 것은 두뇌의 크기 차이였다. 남성의 뇌가 여성 뇌보다 평균 15% 정도 크다. 
그러나 최대 8㎏에 이르는 두뇌의 소유자 향유고래와 종종 5㎏이 넘는 두뇌 무게를 자랑하는 
코끼리가 두뇌 무게 겨우 1.3~1.5㎏인 인간보다 더 지능적이지 않은 것만 봐도 두뇌 용량만으로는 
남성의 우월함을 장담할 수 없다. 
20세기 내내 남녀 두뇌의 구조 및 기능 차이를 규명했다고 주장하는 논문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표본 크기였다. 
그 자체로는 결코 신성한 숫자가 아니지만 과학계에서는 오랫동안 표본 크기가 적어도 20은 넘어야 
일단 논문 심사 대상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두뇌 연구에서는 기껏해야 남녀 각각 3명을 상대로 
수행한 연구라도 미미한 차이만 포착되면 대단한 발견인 양 보고되곤 했다.

이러한 관행에 마침표를 찍을 만한 연구 결과가 최근 미국과학한림원 회보에 실렸다. 
무려 1400명의 두뇌를 자기 공명 영상(MRI)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이른바 '여성의 두뇌' 또는 '남성의 두뇌'라는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우선 남녀 차이가 가장 두드러진 부위를 찾아낸 다음 각각의 두뇌에서 
그 존재 여부를 검토해 보니 23~53%는 특징적으로 여성 또는 남성 부위를 각각 적어도 하나 이상씩 갖고 있었다. 
인간의 두뇌는 형질이 다양한 모자이크 즉 모듈(module)로 구성되어 있다.

염색체 수준에서 보면 여성(XX)과 남성(XY)은 분명히 다르다. 
그 결과 인간 남녀는 생식기관의 차이와 더불어  여성은 남성보다 훨씬 도드라진 가슴을 지니며 월경 주기를 갖고 있고, 
남성은 여성보다 얼굴이나 몸에 털이 훨씬 많은 등 서로 다른 2차 성징을 나타낸다. 
그런데 두뇌는 그리 다르지 않게 진화한 까닭이 무엇일까? 
영장류 중 가장 복잡한 사회를 구성하여 살게 되는 과정에서 선택된 형질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네안데르탈인의 두뇌에도 남녀 차이가 없었을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