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12.22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뉴질랜드가 국기를 새로 만들려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찬반 논쟁에 그야말로 바람 잘 날 없더니 이번에는 구체적인 도안까지 마련해 놓고
조만간 국민투표를 벌인단다.
영국 국기 문양을 기본으로 만든 현재 국기는 마오리족을 비롯한 소수민족들을 배려하지 못한다는
원론적인 문제에서 너무나 자주 이웃나라 호주 국기와 혼동되는 실질적인 불편함에 이르기까지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1차 투표를 통과한 새 국기에는 지난 160년 동안 뉴질랜드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은빛 고사리 문양이
엇비스듬히 가로질러 있다. 고사리 잎의 작은 우편(羽片)들은 뉴질랜드의 평화로운 다문화 사회를 상징한단다.
식물이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국기로는 흰 바탕에 빨간 단풍잎이 인상적인 캐나다 국기가 유명하다.
뉴질랜드의 고사리가 캐나다 단풍잎의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효과를 재현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나는 우리 태극기가 무척 자랑스럽다.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해 애국가와 함께 대형 태극기가 올라갈 때
나는 우리 태극기가 무척 자랑스럽다.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해 애국가와 함께 대형 태극기가 올라갈 때
느끼는 벅찬 자랑스러움은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국제 행사장마다 줄지어 게양된 수많은 국기 중에서 유달리 눈에 확 띄는
태극기를 볼 때마다 느끼는 은근한 자부심 또한 만만치 않다. 비록 디자인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일찌감치 디자인의 중요성에
눈을 뜬 내게 태극기는 이 세상 어느 국기보다 압도적으로 탁월해 보인다.
태극기의 도안에는 세련된 디자인과 깊숙한 철학이 공존한다. 건곤감리 4괘는 균형과 변이의 절묘한 조합이다.
만일 태극을 중심으로 동일한 막대 문양을 네 구석에 가지런히 그려 넣었다면 균형의 미는 얻었겠지만 변이의 다양성은
기대할 수 없다. 우리 태극기는 영국 국기의 숨막히는 균형감이나 일본 국기의 되바라진 야심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러면서 네팔, 브라질, 스리랑카 국기의 분방함마저 슬쩍 묻어난다.
그런데 이토록 멋진 태극기를 만들어낸 그 옛날 우리의 창의성은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되살려내야 한다.
그래야 우리 경제가 창조적이 될 수 있다
<게시자 추가 이미지>
왼쪽 호주 국기_ 오른쪽 뉴질랜드 국기
뉴질랜드 국기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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