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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343] 정직한 국민

바람아님 2015. 11. 24. 08:43

(출처-조선일보 2015.11.24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경제학과 연구진은 최근 국가별 정직성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총 15개국에서 약 1500명이 온라인 설문조사에 참여했는데 
결과는 검사의 종류에 따라 사뭇 다르게 나왔다. 
'동전 던지기' 검사에서는 앞면이 나왔다고 응답한 사람에게 금전적 보상이 주어졌는데, 
동전의 앞뒤가 나올 확률이 각각 50%이므로 앞면이 나왔다고 답해 
상금을 취득한 사람이 50%가 넘는다면 그만큼 정직하지 못한 셈이다.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이 53~54%로 나와 퍽 정직한 걸로 평가받은 반면 
아시아 네 나라는 70%를 기록한 중국에 이어 일본·한국·인도 순으로 나란히 불명예를 안았다.

이어진 두 번째 검사에서는 인터넷 조회를 하지 말라는 단서 조항과 함께 음악에 관한 질문 여섯 개가 주어졌다. 
질문 중에는 '엘리제를 위하여'를 누가 작곡했나, 트럼펫에는 몇 개의 밸브가 있는가 등 비교적 쉬운 문제도 있었지만, 
레이디 가가의 본명과 클로드 드뷔시의 탄생 연도를 묻는 질문도 있었다. 
몇몇 질문이 다소 까다롭긴 해도 인터넷 검색으로 손쉽게 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정직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됐다. 
여섯 질문 모두에 정답을 제공해야 상금이 주어지는 이 조사에서 터키 사람이 가장 정직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고
일본과 영국이 가장 정직한 나라로 평가됐다.
중국과 인도는 이 조사에서도 바닥에서 2위와 3위를 차지한 반면 우리나라는 중상위권에 올라 선전했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정직이 최상의 방책이다"고 말했지만, 
마크 트웨인은 "정직이 최상의 방책이다. 단, 돈이 될 때만"이라 꼬집었다. 
돈이 된다기에 동전 던지기에서 무너졌던 일본과 우리나라가 퀴즈에서는 체면을 차린 이유가 무엇일까? 
어차피 불법인 도박판에서는 속임수를 써도 양심에 가책을 느끼지 않지만 퀴즈도 일종의 시험인지라 선뜻 부정행위를 
저지르기가 쉽지 않았나? 두 조사를 통틀어 국민소득이 높은 국가일수록 대체로 정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돈 앞에서도 결국 정직이 최선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