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현대미술 이야기 no. 23- 막스 에른스트 (Max Ernst)

바람아님 2015. 11. 15. 01:03

[J플러스] 입력 2015.11.09 


이상한 나라의 코끼리
프랑스의 시인이자 비평가인 앙드레 브루통(Andre Breton)을 통해 주창된 초현실주의 운동은 시인과 같은 문학가를 중심으로 출발하였다. 브루통이 1924년에 발표한 『초현실주의 선언(Manifeste du Surrealisme)』에 따르면 초현실이란, 이성에 의한 모든 통제에서 벗어난 인간의 순수한 사유작용이 가능한 절대적 현실로써, 논리에 지배되지 않는 심리적 자동기술을 통해 사람들의 정상적인 태도를 전복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합리성이나 윤리 등으로부터 분리된 인간정신의 진정한 해방. 브루통은 예술이 인간정신의 본래적인 힘을 회복시켜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브르통은 꿈이나 최면상태에서 벌어지는 무의식의 세계를 표현하기에는 언어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함을 깨닫고 언어이외의 다른 표현방식, 즉 이미지를 통한 순수한 창조물을 필요로 하게 된다. 어떤 상식적인 해석도 불가능한 상태의 묘사. 결국 초현실주의는 입체주의의 뒤를 잇는 새로운 미술운동 또한 등장시키게 된다.

막스 에른스트, <셀레베스>, 1921


최초의 초현실주의 작품들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셀레베스>는 브루통으로 부터 가장 위대한 천재성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은 막스 에른스트(1891.4.2-1976.4.1)의 작품이다. 에른스트는 초현실주의 문학에 상응하는 자신만의 몽환적이고 기이한 형상들을 탄생시키며 초현실주의의 영역을 끊임없이 확장 시켜 나갔다.



“꿈처럼 전개되는 환상적이고 모순적인 이미지의 전개”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드(Sigmund Freud)가 1900년에 발간한 <꿈의 해석>은 인간의 꿈을 통한 무의식의 세계를 탐구하는 새로운 과학 분야를 열면서 문학과 미술등 사회전반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초현실주의 화가들에게도 공유된 이 새로운 논리는 초현실주의가 주창한 ‘인간 무의식으로의 접근‘에 걸 맞는 무 이성 적이고 무 논리 적인, 꿈과 같은 이미지를 전개시키는 자극제가 된 것이다.

막스 에른스트, <나이팅게일에 놀란 두 아이>, 1924


언뜻 평온하고 목가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는 <나이팅게일에 놀란 두 아이>는 찬찬히 들여 다 볼수록 여러 가지 의문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아이들은 나이팅게일 소리에 놀란 것일까?’ ‘앞쪽으로 열려진 대충 붙여놓은 문짝은 무얼 뜻하는 걸까?’ ‘마치 그림 속에서 탈출을 시도하는 것처럼 보이는 지붕위의 사람은 초인종이라도 누르려 하는것일까?’ ‘도대체 그림의 제목과 그림이 연관이 있기는 한 걸까?’ 이 그림을 보는 이의 마음은 점점 불편해진다.<나이팅게일에 놀란 두 아이>은 분명 추상화는 아니지만 누구도 이 액자 속 세상의 일을 분명하게 파악해 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막스 에른스트, <숲과 비둘기>, 1927


에른스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숲의 풍경과 새의 모습은 어릴 적 경험한 아끼던 새의 죽음과 그가 자주 가던 숲에서 느낀 고독과 정적에서 연유한다. 불길하고 쓸쓸한 숲의 풍경은 보는 이의 마음을 산란시키며 기묘한 환상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

에른스트의 상상의 세계가 가장 강렬하게 표현된 작품은 1930년대부터 제작한 콜라주 소설에서 나타난다.

막스 에른스트, <친절 주간>, 1934


막스 에른스트, <친절 주간>, 1934


판화 연작으로 찍어 만들어낸 에른스트의 그림소설에는 이야기가 없다. 그저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다가오는 충격만이 존재할 뿐이다. 에른스트의 정밀한 손끝에서 탄생한 이러한 그림소설들은 책을 읽음으로써 얻는 정상적인 해독의 습관을 전복시며 오늘날 까지도 그 충격효과를 보는 이에게 전달시킨다.



에른스트의 ‘프로타주’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나뭇잎이나 동전 등 질감 있는 사물위에 종이를 깔고 연필 등으로 문질러서 상을 얻는 프로타주(frottage) 미술놀이를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프로타주는 ‘문지르다’라는 뜻으로, 하얀 종이위로 연필이 지나가면서 생겨나는 물체의 형체는 원래의 그것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내면서 신기하게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에른스트는 초현실주의의 자동기술법을 실행함에 있어 우연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프로타주를 처음으로 작품에 도입하게 된다.

막스 에른스트, <박물지(Histoire naturelle)>, 1926


막스 에른스트, <박물지(Histoire naturelle)>, 1926


어떠한 대상물에 화폭을 얹고 문질러서 얻어지는 생경한 형체는 에른스트에게 있어 프로이트적인 잠재의식을 화면에 정착시킨 결과물로 보여졌다. 에른스트는 프로타주 이외에도 데칼코마니, 꼴라쥬, 그라타주 등 무의식의 이미지를 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기술적 방식을 시도했다. 우연성을 바탕으로 한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작품으로 인간의 내재된 본성과 충동을 탐구하고자 했던 에른스트는 초현실주의의 출발이자 그 자체인 예술가였다.


전정은 사진 전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