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매일 오전 4시에 기상한 남자는 하루 평균 100 길더(약 700만원)를 벌었다. 1618년 한 해 동안 300일 동안 일만 한 적도 있다. 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는 평균 5일이 걸렸다.
"나는 낮에도 밤에도 계속되는 긴급한 임무에 둘러싸여 마치 미로에 갇혀 있는 듯 했다네. … 자우를 얻기 위해서는 이 야망의 황금줄을 끊어 내버리는 수밖에, 사람은 내리막길이 아닌 오르막길에서 그만 두어야 하는 법, 운명의 여신이 아직 내 편일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1643년 12월18일 프랑스 천문학자에게 보낸 편지)
그가 사망 당시 소장하고 있었던 회화 작품은 7개의 상아 조각과 한 개의 미라 등 324점, 그의 화실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은 2000여점에 이른다. 화가로 살다 1640년 5월 사망한 그의 재산은 1966억원으로 부동산만 92억원에 이른다. 2002년 7월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그의 '죄없는 이들의 학살'은 4950만 파운드(약 860억원)에 낙찰됐다.
17세기 유럽 최고의 화가로 불린 피터르 파울 루벤스(1577~1640)다.
'바로소의 피카소'로 비유되는 새로운 미술을 개척한 궁정화가로 미술사에서 가장 성공한 화가로 평가받고 있다. 루벤스는 실제로도 화가이자 외교관, 인문주의자, 교육자, 사업가로 현실의 삶에서 자신의 이상을 마음껏 구현한 보기 드문 인물이다. 라틴어, 스페인어, 영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플랑드로어 등 6개 국어를 구사했다.
루벤스의 명화를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1일 개막했다. 루벤스의 딸 '클라라 세레나 루벤스의 초상', '아기 에리크토니우스의 발견' 등 루벤스를 대표하는 걸작들이 처음으로 국내 관객을 찾아왔다.
또 장엄하고 화려한 종교화, 신화화 및 역사적 스토리를 간직한 유화 스케치들, 루벤스가 직접 제작지휘한 유명 태피스트리 연작인 '데키우스 무스' 등 대표작들이 건너왔다.
'리히텐슈타인박물관 명품전-루벤스와 세기의 거장들'전이다. 대표적인 루벤스 컬렉션이자 유럽 최고의 왕립박물관 중 하나인 리히텐슈타인박물관의 소장품 약 120여점을 국내 최초로 소개하는 대규모 전시다. 회화, 조각, 공예, 가구, 판화, 태피스트리 등이 웅장하게 걸렸다.
리히텐슈타인 공국은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사이에 자리 잡은 작은 나라로, 오스트리아의 가장 오래된 귀족 가문이자 합스부르크 왕가의 핵심세력이었다. 이들이 수집한 미술품은 유럽의 왕실 박물관 중에서도 손꼽히는 명작으로, 르네상스에서부터 바로크, 근대 비더마이어 시대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의 수많은 명작들이 포함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는 루벤스와 반다이크, 브뤼헐 등 국내에도 잘 알려진 플랑드르 작가들의 걸작들을 선보인다.
수 세기를 지난 작품들이지만 궁의 작품들답게 고급스러움을 뽐낸다. 물감과 붓질이 반짝여 특히 박물관의 엄격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화려하고 고풍스런 바로크풍 액자도 볼거리다. 이 전시는 그동안 일본, 싱가포르, 상하이 등 아시아 순회전을 돌고 한국에 들어왔다.
국립중앙박물관 김영나 관장은 "리히텐슈타인 궁정의 최고 걸작들을 국내에서 직접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일 뿐만 아니라, 루벤스가 활동했던 17세기를 전후한 유럽의 역사와 예술을 다각도에서 조망할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루벤스의 재단화를 보기 위해 매년 32만명이 벨기에 안트베르펜 대성당을 방문한다고 한다. 올 겨울,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유럽 예술의 명작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2016년 4월10일까지. 5000~1만3000원.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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