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12.19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동지 후 서울에 들어와 자다 인생에서 모였다 흩어지기는 구름이나 안개 같은 것 다 제쳐 두고 서로 만나 한바탕 웃고 나면 그만이지. 나그네 되는 인연은 눈 오는 밤에 흔히 만들어지고 시를 읊는 자리는 매화 필 때에 차례가 오네. 집에 머물러 선정에 드니 절에 간 것과 한가지라 술을 얻고 실컷 마셔대 배 같은 술잔 엎어버리네. 지척에 두고 하염없이 꿈결인 양 떠오르는 사람 이런 때 보기 어려우니 사뭇 더 그리워지네. | 至後入城宿版泉 且可相逢一燦然(차가상봉일찬연)
吟詩次第到梅天(음시차제도매천)
得酒貪餮廢玉船(득주탐철폐옥선)
此時難見更堪憐(차시난견갱감련) |
![[가슴으로 읽는 한시] 동지 후 서울에 들어와 자다](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512/18/2015121803265_0.jpg)
우촌(雨村) 남상교(南尙敎·1784∼1866)가 세모에 썼다.
한겨울에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와 벗들과 만났다.
나이 들고 보니 만남과 헤어짐이 무상하다.
구구한 사연일랑 다 접어두고 담소 나누며 잠깐이나마 즐겁게 보내자.
돌아보면 눈이 내리는 세모에는 자주 바깥나들이하여 벗들과 어울려 시를 지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절간처럼 조용히 지내다 술을 얻어 실컷 취하였다.
그러고 나니 자리를 함께하지 못한 벗이 자꾸만 떠오른다. 취기 탓인가?
가까운 곳에 있어도 만나지 못하는 사람이 몹시도 그리워지는 겨울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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