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고전·고미술

[가슴으로 읽는 한시] 임은 하늘로

바람아님 2015. 12. 12. 08:03

(출처-조선일보 2015.12.12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가슴으로 읽는 한시] 임은 하늘로

임은 하늘로

한 이불 덮다가 이별한 지도 잠깐
어느새 천년이 된 듯하다.

먼 하늘 떠가는 구름만
하염없이 바라본다.

그대 다시 만나려고
오작교 기다릴까?

은하수 서편가
달은 배 같다.



悼亡


同床少別已千年(동상소별이천년)
極目歸雲倚遠天(극목귀운의원천)
後會何須烏鵲渡(후회하수오작도)
銀河西畔月如船(은하서반월여선)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1737 ~1805)이 1787년 겨울 아내를 잃고 썼다. 
모두 20편을 썼는데 그중 2수만 남아 있다. 35년을 함께한 아내가 먼저 하늘로 떠났다. 
겨우 며칠 지났을 뿐인데 마치 천년이 흘러간 듯 까마득하다. 
먼 하늘을 떠가는 구름 한 조각은 마치 아내의 분신인 듯하여 하염없이 바라보며 멍하게 서 있다. 
하늘을 보려니 오작교를 타고 1년에 한 번씩 만난다는 견우직녀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너무 매정한 연인이다. 나 같으면 하루도 참지 못하고 당장 만나러 가리라. 
은하수 서편가에 배처럼 떠있는 저 초승달을 타고서 말이다. 
간절한 그리움의 시를 쓴 연암은 아내를 사별하고 20년 동안 홀로 지냈다.



블로그내 가족잃은 때 극복방법 관련글

1.가족 잃은 슬픔을 이겨내는 법

   사별 후 충격·생각·우울·회복 4단계 거쳐

   고인에 대해 글로 써보는 것도 도움

2.상실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애도의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