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고전·고미술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중 미공개 고려 회화 두 점 있다"

바람아님 2015. 12. 30. 00:41

조선일보 : 2015.12.29 

14세기 고려 그림 仙人圖 2점 '낮잠에 취한…' '꾀꼬리 소리…'
이원복 문화재위원 논문 발표 "고려 佛畵 묘사 기법과 흡사"

"국립중앙박물관의 미공개 소장품 중 14세기 작품으로 추정되는 고려 회화가 2점 존재하고 있다."

이원복 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이 곧 출간될 예정인 '미술자료' 제88호에서 이 같은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문화재위원인 그는 '고려시대 그림으로 전하는 고사인물도(故事人物圖)'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그동안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필자 미상의 '선인도(仙人圖)' 2점은 14세기 고려 말기의 그림"이라며 "고려 그림으로 전하는 개인 소장 작품 '신선과 학(鶴)'을 포함해 세 점 모두 같은 작가가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고려시대 회화로 추정되는 ‘선인도’ 중‘낮잠에 취한 고사(高士午睡)’(왼쪽)와 ‘꾀꼬리 소리 듣는 고사(高士聽鶯)’. 비단에 채색. 

고려시대 회화로 추정되는 ‘선인도’ 중‘낮잠에 취한 고사(高士午睡)’(왼쪽)와 ‘꾀꼬리 소리 듣는 고사(高士聽鶯)’. 비단에 채색. /이원복 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제공

 

불화(佛畵)를 제외한 고려 시대 회화는 국내외에 10여점만 남아 있을 정도로 희귀하다. 양 두 마리가 걸어가는 모습을 그린 공민왕(恭愍王·1330~1374)의 '이양도(二羊圖·간송미술관 소장)' 등이 있지만 그나마도 부분만 남아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선인도' 2점은 이왕가박물관 시절인 1912년 어느 일본인에게 30원을 주고 구입했다. 비단에 채색한 그림으로 두 점 모두 크기는 42.5×28.4㎝다. 이 그림들은 1994년 '국립중앙박물관 한국서화유물도록' 제4집에 흑백 도판으로 실린 적이 있으나 실물은 한 번도 전시된 적 없다. 이 전 실장은 "필자는 물론 시대도 알 수 없어 그동안 조명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두 그림에 각각 '낮잠에 취한 고사(高士午睡)' '꾀꼬리 소리 듣는 고사(高士聽鶯)'라는 이름을 붙였다. '낮잠에 취한 고사'는 버드나무 아래서 평상 앞에 구부정한 자세로 앉은 주인공이 두 손을 턱에 모은 채 잠에 빠져 있다. 평상 위엔 책은 없고 음식이 담긴 접시와 대접, 작은 찻주전자가 보인다. 그 앞에는 무릎을 두 팔로 감싸고 앉은 동자가 있다. '꾀꼬리 소리 듣는 고사'는 버드나무 아래 그늘에 편한 자세로 앉은 주인공을 그렸다. 앞그림 '낮잠…'과는 대칭 구도이며 주인공의 얼굴과 옷, 머리를 묶어 위로 올린 장식까지 같다.

이 전 실장은 "그림의 크기와 재질, 화면 구도와 공간 구성, 필치, 기법 등이 세 작품 모두 일치하고, 조선 시대 그림과는 다른 얼굴과 피부 채색 기법에서 공통점이 보인다"며 "단순히 화풍이 비슷한 것을 넘어 같은 필치, 같은 화가의 그림이며, 일정 시기까지 한곳에 전해온 그림들로 추정된다"고 했다. 세 그림 모두 가로로 같은 부분이 꺾여 있는데 이는 두루마리로 함께 말아 보관해서 생긴 특징이고, 같은 필치의 붓 글씨가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세 점 모두 화면에서 차지하는 인물의 비중, 고목(古木) 아래 인물을 등장시킨 점, 나무둥치와 괴석 등 바위의 입체감, 주인공의 얼굴 표현, 윗부분의 상서로운 구름 표현으로 나무의 윗부분이 가려진 점 등이 같다"며 "고려불화인 '오백나한도' '수월관음도' 등과 인물의 자세, 화면 구성 등 세부 묘사 기법이 흡사하다"고 했다.

허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