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전시·공연

카슈미르의 눈물·희망 … 박노해의 눈으로 담다

바람아님 2016. 1. 15. 00:59
[중앙일보] 입력 2016.01.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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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다정한 눈길로’. [사진 나눔문화]


시인이자 평화운동가인 박노해(59)씨는 2010년 1월, 돌연 사진가로 새 얼굴을 알렸다. 서울 충무로 갤러리 M에서 연 ‘라 광야’ 전에 박 시인은 10여 년 국경 너머 전쟁터와 기아 분쟁현장을 걸어다니며 찍은 수만 점 사진 중 고른 30여 점을 수줍게 내보였다. 1984년 펴낸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이 그러했듯, 그의 사진은 보는 이 가슴에 뜨거운 시대정신을 점화시켰다. “모든 진실은 현장에 있다”며 이라크·팔레스타인·레바논·시리아를 떠돈 그가 여느 사진가들과 다른 점은 ‘동지애’였다. ‘삶이 뭐라고 생각하니’라는 물음에 “죽지 않고 사는 거요”라 답했던 한 소년의 얼굴을 그는 가슴에 새겼다.

 사진가 박노해의 전시 이력은 이제 6년을 넘어섰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가 무색한 사진의 힘은 곁들여진 현장보고서와 함께 한 편의 시다.

15일부터 서울 부암동 ‘라 카페’ 갤러리에서 여는 ‘카슈미르의 봄’은 이 공간에서 여는 11번째 전시다. 비영리 사회단체 ‘나눔문화’가 운영하는 글로벌 평화사진 상설전시장이 알음알음 지역 명소로 이름나면서 한층 힘을 얻고 있다. 전시에서 얻는 수익금은 모두 평화나눔 활동에 쓰인다. 사진이 빵이 되고 벽돌이 되는 셈이다.

 이번 전시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영토 분쟁으로 눈물의 땅이 된 카슈미르의 소리없는 울음을 담았다.

전시기획자 이기명(‘사진예술’ 대표)씨의 표현대로 박씨의 사진은 ‘빛으로 쓴 시(詩)요, 카메라로 박은 노동의 새벽’이다. 끝없는 고통과 슬픔 속에서 사랑과 희망을 찾아 한 걸음씩 내딛는 카슈미르 사람들의 강인한 삶이 잔잔하게 반짝인다. 박씨는 오늘도 인도군의 탄압 속에 독립의 저항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쓴다.

 “우리는 위대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위대한 사랑으로 작은 일을 하는 것, 작지만 끝까지 꾸준히 밀어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아는 가장 위대한 삶의 길이다.”

 전시는 6월 29일까지(매주 목요일 휴관), 무료. 02-379-1975.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