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1.26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아들 녀석의 어릴 적 꿈은 미국프로농구협회(NBA) 선수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평생 간직했던 꿈을 접으며 아들은 내게 뜬금없는 사과를 요구했다.
아빠가 흑인이었으면 자기가 꿈을 이룰 수 있었을 거라는 황당한 주장과 함께.
나는 아들을 흑인으로 낳아주지 못한 죄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 몇 안 되는 아빠가 되었다.
대학 시절 아들은 직접 선수로 뛰는 대신 NBA 총재(Commissioner)가 되는 것으로 그의 꿈을 수정했다.
아들의 얘기를 귀동냥하던 내 미국 동료는 대뜸 "그럼 법학대학원(Law school)에 가야겠군" 하는
것이었다. 의아해하는 아들에게 그는 미국 사회에서 지도자 위치에 오르려면 분야를 막론하고
법학 박사 학위는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1984년부터 2014년까지 무려 30년 동안 NBA 총재를 지낸 데이비드 스턴
(David Stern)과 그의 뒤를 이은 현 총재 애덤 실버(Adam Silver)는 모두 원래 농구 선수가 아니라 변호사였다.
올해 사법연수원 수료생 절반이 직장을 구하지 못했단다.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 제도가 도입된 이후 변호사 수가 급증해
지난해 12월 31일 현재 2만명을 넘어섰다. 변호사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하지만 나는 지금이 바로 기회라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법조계 직종이 아닌 다양한 분야가 변호사들의 변신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은 해마다 로스쿨 졸업생이 거의 5만명 쏟아져나오며 현재 140만명 이상이 변호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점차 법치사회가 되어 가는 과정에서 변호사 수요는 늘 수밖에 없다.
법치사회란 모두가 법을 준수하는 사회라는 뜻이지만 그럴수록 변호사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 결국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하게 된다. 이미 스스로 진입하기 시작한 부동산 중개업에서 국가 최고위직에 이르기까지 변호사가 뛰어들 수 있는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미국 대통령 44명 중 절반이 넘는 25명이 변호사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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