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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354] 붉은원숭이해

바람아님 2016. 2. 16. 09:22

(출처-조선닷컴 2016.02.16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사진2016년이 밝자마자 병신년(丙申年)이 왔다고 떠들썩했지만 간지(干支) 달력에 따르면 양력설이 아니라 
음력설이 새해의 시작이다. 올해는 삼장법사, 저팔계, 사오정과 더불어 '서유기'의 주인공인 손오공의 해, 
즉 '붉은원숭이의 해'이다. 
손오공의 실제 모델은 들창코원숭이(snub-nosed monkey)인데 중국 남부 및 베트남과 미얀마 북부에 
모두 다섯 종이 살고 있다. 그 중 제일 예쁜 황금들창코원숭이가 에버랜드 동물원에 있다. 
우리는 "원숭이 똥구멍은 빨개"라고 노래하지만 특이하게도 이 원숭이는 눈가와 똥구멍이 파랗다.

면적이나 인구뿐 아니라 생물 다양성도 풍성한 중국에는 적어도 18종의 영장류가 살고 있다. 
이 중 세계 최대의 개체군을 자랑하는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를 제외하면 
들창코원숭이를 비롯해 나머지 모두 거의 멸종 위기종이다. 
한 종의 영장류가 화려한 성공 가도를 달리는 동안 다른 종들은 존재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일본 열도에도 1억2000여명의 호모 사피엔스와 11만여마리의 일본원숭이가 살고 있다.

많은 사람이 한반도에는 단 한 종의 영장류인 호모 사피엔스만 존재한다고 아는데 그건 사실과 다르다. 
충북대 박물관에는 충북 청원군 두루봉 동굴에서 발굴한 구석기시대 유물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중에는 현생 일본원숭이의 
사촌 격인 '큰원숭이(Macaca robusta)' 화석이 포함되어 있다. 
일본과 중국에는 지금도 원숭이들이 살아 있건만 어쩌다 우리 조상은 함께 지내던 원숭이들을 모조리 절멸시켜 버렸는지 
심히 섭섭하다. 기후를 탓할 수는 없어 보인다. 황금들창코원숭  이가 사는 중국 서남부 고산지대에는 툭하면 눈이 쏟아지고 
일본원숭이는 온천을 즐기며 겨울을 난다. 두루봉 동굴에서는 모두 46종의 동물 뼈가 발견되었는데 포유류가 대부분이었고 
화덕 자리 옆에서 돌칼 등과 함께 발견된 것으로 보아 사냥에 의한 절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예나 지금이나 이 땅의 동물들은 참 별난 인간들이랑 사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