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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357] 된장잠자리의 태평양 횡단

바람아님 2016. 3. 8. 08:45

(출처-조선닷컴 2016.03.08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사진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 최신호에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된장잠자리가 
아시아에서 아메리카 대륙까지 무려 7000㎞를 이동한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미국 럿거스대 연구진은 멕시코에서 캐나다 동부까지 이동하는 황제나비의 4000여㎞ 기록을 훌쩍 
넘어선다며 곤충계의 장거리 비행 기록보유자로 이 잠자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황제나비의 경우처럼 연구진이 된장잠자리의 이동 경로를 따라 태평양을 가로지르며 
그들의 비행을 영상에 담은 것은 아니다. 
다만 미국과 아시아 된장잠자리의 유전자 구성이 지역적으로 분리된 개체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유사하다는 결과를 바탕으로 하나의 거대 개체군일 가능성을 제기한 것일 뿐이다.

나는 198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공부하던 시절 여름 내내 경비행기를 타고 곤충 채집을 하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지름이 1m가 넘는 포충망을 비행기 창밖으로 밀어내고 일정한 고도에서 일정한 시간 동안 곤충을 채집한 다음 
몸을 창밖에 반쯤 내건 채 있는 힘을 다해 망을 끌어들이는 일을 거의 매일같이 했다. 
결혼한 지 반년밖에 안 된 남편을 조그만 비행기에 태워 올려 보낸 아내는 늘 마음 졸이며 기다렸겠지만, 
철없는 나는 하늘 높은 곳에서 곤충 채집을 하는 위험천만한 일이 마냥 즐거웠다.

그 높은 하늘에 새 말고 누가 날아다닐까 싶었지만 뜻밖에 엄청나게 다양한 곤충이 잡혔다. 
믿기 어렵겠지만 청개구리도 한 마리 잡혔다. 
멸구, 매미충, 진딧물 같은 곤충들은 제트 기류를 이용해 장거리를 이동한다. 
풀잎 끝에 앉아 있다가 때마침 피어오르는  상승기류를 타고 올라 제트 기류를 만나면 순식간에 바다도 건널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번식을 위해 장거리를 이동하는 황제나비나 매미충의 경우와 달리 된장잠자리가 무엇 때문에 
거의 자살 행위에 가까운 태평양 횡단을 감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설명을 제시하지 못했다. 
장거리 비행 챔피언 메달이 어느 곤충의 목에 걸릴지는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