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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358] 무서운 건 여전히 사람이다

바람아님 2016. 3. 15. 06:29

(출처-조선닷컴 2016.03.15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사진세 판을 내리 지던 이세돌 9단이 드디어 한 판을 이겨 뒤늦게나마 인간 승리를 외칠 수 있었지만, 
이번 바둑 대국은 '기계 시대'의 도래를 확실하게 알렸다. 
'알파고 아버지' 허사비스는 "AI는 실험실 조수처럼 활용하고 최종 결정은 인간이 내리면 된다"며 
우리를 안심시키려 한다. 
그러면서 이제 AI가 의료, 기후,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 도움을 줄 것이란다.

우리는 지금 거대 기업 구글이 치밀하게 기획한 드라마를 한 편 보고 있다. 
AI는 이미 많은 분야에서 인간을 능가하고 있다. 
구글은 그들이 개발한 AI 프로그램이 세계 최고 명의보다 더 많은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광고하지 않았다. 
대신 인간이 개발한 가장 복잡한 게임을 선택했다. 구글은 처음부터 이 9단을 겨냥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슬쩍 판후이 2단과 탐색전을 벌였다. 
아마 9단도 프로 6단도 아닌 딱 알맞은 제물, 다소 불공정한 대국 조건을 이끌어내기에 더도 덜도 없이 절묘한 포석이었다.

대국을 거듭할수록 이 9단은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구글은 우리가 많이 쓰면 쓸수록 강해지는 유기체다.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이 먹이가 되어 그들을 키우고 있다. 
게임이 끝나면 체력 회복을 위해 자야 하는 이 9단과 달리 알파고는 그가 보여준 패와 수를 가지고 온갖 경우의 수를 짚으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을 것이다. 전원 플러그를 뽑아버리지 않는 한.

알파고가 무서운가? 아니, 나는 여전히 사람이 더 무섭다. 
알파고의 승리는 바로 구글의 승리다. 구글은 AI가 아니다. AI를 만들고 활용하는 사람들이다. 
세기의 바둑  대결로 엄청난 광고 효과를 얻은 구글은 이제 다양한 인간 활동과 산업 분야를 공략할 것이다. 
AI 운전자가 인간 운전자를 대치하는 게 미덥지 않다 했던가? 
화면 가득한 흑백 돌의 사뭇 초현실적 이미지를 배경으로 우리는 이 9단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보았다. 
바둑은 그저 게임일 뿐이다. 
'빅 브러더' 구글이 앞으로 우리 삶을 어떻게 좌지우지해갈지 심히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