其他/최재천의자연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359] 부계 불확실성

바람아님 2016. 3. 22. 07:39

(출처-조선닷컴 2016.03.22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사진최근 발표된 '2015년 전국 아동 학대 현황'에 따르면, 
신고 건수 1만9209건 중 최종적으로 학대 사례로 판정된 것은 1만1709건이었다. 
이는 전년에 비해 16.8%나 증가한 수치다. 
2014년부터 아동학대범죄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신고 의무가 강화되긴 했지만 실제로 신고 건수의 증가는 
8%에 그친 걸 감안하면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일곱 살 난 아들을 옷을 벗긴 채 영하의 날씨에 찬물과 심지어 락스 원액까지 끼얹어 끝내 죽게 만든 
계모의 만행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보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3년에 걸친 학대 과정을 
수수방관한 친부의 행동이다. 
콩쥐팥쥐나 장화홍련전 같은 고전 설화나 소설도 계모의 학대는 구구절절 까발리지만 친부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침묵한다. 
반면 계부의 학대를 방관하거나 동조한 친모의 이야기는 그리 흔하지 않다. 
문호 빅토르 위고의 말처럼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강한 법이다.

부성이 종종 모성만큼 위대하지 못한 데는 그럴 만한 생물학적 배경이 있다. 
인간을 비롯한 포유동물의 경우 암컷은 스스로 배 아파 낳은 새끼가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존재임을 의심할 까닭이 없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포유류 아빠들은 자기가 기르고 있는 자식이 유전적으로 진짜 자식이라는 확신이 없다. 
누가 봐도 국화빵 자식이거나 일부러 유전자 검사를 해보기 전에는. 이런 불균형을 진화심리학자들은 
일명 "엄마의 아기, 아빠의 아마(Mother's baby, father's maybe)"라고 불리는 '부계 불확실성 이론'으로 설명한다.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이 남자인  줄은 알았지만, 남자만 약한 게 아니라 아버지도 약한 모양이다.

그런데 2014년 서울지방경찰청 정성국 검시관 등 현직 경찰관 6명이 대한법의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2006~2013년에 발생한 자식 살해 230건 중 계부모에 의한 건수는 겨우 2%뿐이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아이를 친자식처럼 보듬는 이 땅의 모든 모성과 부성은 그야말로 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