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닷컴 2016.03.29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얼마 전 어떤 분이 내게 "최 교수님은 진화학자인데 어떻게 국립생태원장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최대한 익살스럽게 요즘 유행하는 말투로 "우리나라에 아직 국립진화원이 없지 말입니다"라고
답했다. 나는 진화학자이자 생태학자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동물과 인간 행동의 진화를 연구하는 행동생태학자 또는 행동진화학자이다.
'현대생태학의 아버지' 허친슨(G. Evelyn Hutchinson) 전 예일대 교수는 1965년 '생태 극장과 진화 연극
(The Ecological Theater and the Evolutionary Play)'이라는 책을 저술했다.
종종 오랜 기간에 걸쳐 일어나는 진화 현상도 결국 생태라는 현실에서 벌어진다는 뜻이다.
나는 모름지기 생물학자는 모두 진화학자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모름지기 생물학자는 모두 진화학자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찍이 위대한 생물학자 도브잔스키(Theodosius Dobzhansky)는 "진화의 개념을 통하지 않고서는 생물학의 그 무엇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단언한 바 있다. 스스로 생물학자라 일컬으면서도 진화적 관점에서 자신의 연구를 분석하지 않는다면,
그는 생물을 연구하는 물리학자, 화학자, 또는 수학자일 뿐이다.
물리, 화학, 또는 수학의 방법론을 사용해 생물을 그저 연구 대상으로 분석하는 사람일 뿐이다.
생태학은 연구 대상의 규모에 따라 크게 네 단계로 나뉜다.
개체 수준에서 어떻게 환경에 적응하고 사는가를 연구하는 생리생태학 또는 행동생태학에서 환경 조건에 따른 개체군의
성장과 변화를 분석하는 개체군생태학과
같은 지역에 모여 사는 생물종 간의 관계를 연구하는 군집생태학을 거쳐 생태계 전체의 구성과 변화를 분석하는 생태계생태학으로 이어진다.
연구 대상의 규모가 커질수록, 즉 생태계생태학에 가까울수록 진화적 분석이 복잡해진다.
서양의 생태학자는 이 네 단계에 비교적 고르게 분포하는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생태학자의 절대 다수인 90% 이상이
죄다 생태계생태학 분야에 몰려 있다. 생태학 연구의 균형을 바로잡는 일도 국립생태원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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