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닷컴 2016.02.23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주말이라 오랜만에 느긋하게 TV를 보는데 연예인들의 우리말 발음이 연신 귀에 거슬렸다.
'무릎'을 제대로 발음하는 이가 없었다.
모범이 돼야 할 아나운서마저 '무릎이'를 '무르피'가 아니라 '무르비'라 발음하는데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빚이 많다'를 '비지 만타'가 아니라 '비시 만타'로 발음하거나 '꽃이'를 '꼬시'로 발음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렇다고 '꽃잎'을 '꼬칲'으로 발음하면 안 되지만, '솥이 작다'는 '소시 작다'가 아니라
'소치 작다'고 발음해야 한다.
우리말 발음은 사실 그리 만만하지 않다.
우리말 발음은 사실 그리 만만하지 않다.
'ㅌ' 받침이 모음 '이'와 만나면 'ㅊ' 소리가 나는 이른바 구개음화가 일어나 '같이'가 '가치'로 발음되지만,
'밭을 갈다'는 '바츨 갈다'가 아니라 '바틀 갈다'로 읽어야 하고 '제3한강교 밑을'은 어느 유명 가수가 그랬듯이
'제3한강교 미츨'로 발음하는 것은 옳지 않다. '넓다'는 '널따'로 읽지만 '넓적다리'는 '넙쩍다리'로 읽는다.
마찬가지로 '즈려밟고'는 '즈려발꼬'가 아니라 '즈려밥꼬'로 읽어야 한다.
나는 우리말에서 가장 어려운 발음이 '외'라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말에서 가장 어려운 발음이 '외'라고 생각한다.
세종대왕님이 훈민정음을 제정해 공표하셨던 당시에는 모두 제대로 발음했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너무 많은 사람이
단모음이 아니라 복모음 '웨'나 '왜'로 발음한다.
내 성 '최'는 정말 발음하기 어렵다. 대부분은 '췌'에 가깝고 '최에'라고 발음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영어로 표기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최씨 성을 가진 사람은 대개 Choi로 표기하는데 그러면 서양 사람들은 대번에 '초이'라고 읽는다.
우리말 '외'와 가장 흡사한 발음이 독일어 '오 움라우트(o-umlaut·ö)인 듯싶어 나는 내 성을 Choe로 표기한다.
하지만 영어권 친구들은 나를 모두 '초우'라 부른다. 까다롭게 '최'를 고집하려다 졸지에 조씨가 돼버렸다.
Goethe는 '고우테'가 아니라 '괴테'로 발음하면서 왜 내 이름은 같은 방식으로 불러주지 않는지 야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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