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1월 6일 4차 핵실험, 2월 7일 장거리 로켓 발사를 본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폐쇄와 사드 배치의 결단을 내렸다. 그는 2월 16일의 국회연설에서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고 말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북한 정권이 핵 개발로는 생존할 수 없으며 오히려 체제 붕괴를 재촉할 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게 하겠다.” 이렇게 2014년 초 기자회견에서 말한 통일 대박과 그해 3월 드레스덴에서 선언한 한국판 ‘접촉을 통한 변화’는 백지화됐다. 2015년 8월 국방부의 ‘창조국방’ 세미나에서는 김정은 제거를 의미하는 그 이름도 섬찟한 ‘참수작전’이 알려졌다.
참수작전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 국방장관 도널드 럼즈펠드의 ‘힘의 중심(Center of Gravity)’에 화력을 집중하는 전략에 따라 바그다드를 먼저 점령해 후세인을 제거한 전략과 맥을 같이한다. 이 전략은 전체주의 국가에서 수뇌가 제거되면 체제 전체가 와해된다는 이론에 바탕을 둔다. 참수작전과 북한붕괴론에 북한은 예상대로 박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인 폭언과 청와대 공격 위협으로 대응하고 있다.
“북한을 붕괴시킨다”는 어떤가. 우리에게 전쟁이 아니고는 그럴 수단이 없다. 전쟁은 국민들도 반대하고, 전쟁 수행에 그 지원이 필수적인 미국도 군산복합체를 제외하고는 한반도의 전쟁에 다시 개입하는 사태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다 중국이 있다. 전쟁은 분명히 북한 김씨 세습 왕조의 종말을 가져올 것이지만 그것이 남한이 북한을 흡수하는 통일을 의미하는 한 중국은 북한의 붕괴를 지지도 좌시도 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에 북한은 미·중 대결 구도 속의 완충지대로 없어서는 안 될 전략적 가치가 큰 존재다.
“북한은 붕괴된다”도 비현실적이고 “북한을 붕괴시킨다”도 비현실적인 한 서울과 워싱턴의 콜랩시스트(Collapsist·붕괴론자)들의 북한붕괴론은 희망사항에 근거를 둔 환상일 뿐이다. 김정은 제거가 자동적으로 북한 체제의 붕괴를 의미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북한 체제의 붕괴가 자동적으로 한국에 의한 흡수통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유엔 개입이라는 절차가 남아 있다. 24일 미 국무장관 존 케리와 중국 외교부장 왕이(王毅)가 워싱턴 회담에서 북한의 광물 수출을 포함한 북한의 대외교역 제한과 공군기가 쓰는 기름 공급 중단 같은 유엔 역사상 가장 혹독한 대북제재 결의에 합의한 것은 북한을 죽이고 살리고는 우리 손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 손에 달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 무역의 90%는 중국을 상대로 하는 것이고 그중 중요한 수출품이 광물자원이다. 중국이 왕이와 케리가 합의한 대북제재를 지속적으로 실행하면 김정은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핵 모라토리엄 카드를 들고 스스로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대북정책은 뜬구름 잡기 같은 북한붕괴론보다는 미국과 중국 대북정책의 탄탄한 공조를 실현·지속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2월 5일자 칼럼에서 NK뉴스를 채드 오 캐럴이라는 친북 인사가 운영하는 친북 매체라고 썼는데 오 캐럴씨는 친북 인사가 아니고 NK뉴스도 친북 매체가 아닌 것이 확인되어 바로잡습니다.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