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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레터] "그의 눈에는 망원경과 현미경이 동시에 있다"

바람아님 2016. 7. 16. 13:47

(출처-조선일보 2016.07.16 어수웅·Books팀장)


어수웅·Books팀장 사진"그의 눈에는 천연 망원경과 현미경이 모두 장착된 것 같다."

미국 시인 랠프 에머슨이 동시대의 독일 학자 알렉산더 폰 훔볼트(1769~1859)에게 바친 존경입니다. 
에머슨은 이렇게까지 이야기했죠. "훔볼트는 아리스토텔레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처럼 이따금씩 
세상에 나타나 인간 정신의 가능성, 재능의 힘과 범위를 보여주는 경이로운 인간의 한 예이다."

이번 주 신간 '자연의 발명'(생각의힘 간)은 바로 그 훔볼트의 흔적을 찾아나섭니다. 
'잊혀진 영웅 알렉산더 폰 훔볼트'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현대의 많은 독자에게 그는 기억에서 사라진 이름.
누군가는 베를린대학의 설립자이자 언어학자인 그의 형 빌헬름 폰 훔볼트를 먼저 떠올릴지도 모릅니다.

600쪽이 넘지만 술술 넘어가는 이 책을 따라 읽다가 동생 훔볼트야말로 진정한 르네상스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존 열대우림과 러시아 시베리아를 넘나들고, 등온선(等溫線)을 발명했으며, 식물·동물·광물의 전문가이자 
이 모든 것을 서정 넘치는 문학의 언어로 기록했던 작가·과학자·탐험가. 
"훔볼트가 없었다면 비글호를 타지도, '종의 기원'을 생각하지도 못했을 것"(찰스 다윈), 
"훔볼트와 하루 보내며 깨달은 것이 나 혼자 몇 년 깨달은 것보다 훨씬 많다"(괴테)는 고백도 있더군요.

'터널 시야'라는 최근 유행어가 상징적으로 보여주듯 현대인들은 자신의 분야를 넘어서면 문맹(文盲)인 경우가 많죠. 
좁은 분야에서는 전문가일지 모르지만 그 이외의 삶에서는 소외를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일 겁니다. 
훔볼트의 삶을 오늘 다시 읽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지 모릅니다. 
그는 자연과 인간을 하나로 이은 인물이었죠.

이번 주 Books의 주제어는 '발견'이라 붙여도 좋을 것 같습니다.
 Books 1면의 '상상의 왕국을 찾아서'는 9~13세기 유라시아 역사에 대한 새로운 시선입니다. 
영미권이나 동아시아 학자의 기존 관점에서는 전혀 등장하지 않던, 
러시아 학자 구밀료프가 추적한 칭기즈칸과 실크로드의 발견을 일독해 보시기를.



강, 산, 동식물, 달에도 ‘훔볼트 이름’ 왜?


(출처-서울신문 2016-07-15 함혜리 선임기자)


자연의 발명(잊혀진 영웅 알렉산더 폰 훔볼트)

안드레아 울프 지음/ 양병찬 옮김/생각의힘/ 648쪽/2만 5000원

도서관정보 : 409.9-ㅇ546ㅈ / [마포]문헌정보실


알렉산더 폰 훔볼트(1769∼1859)는 누구보다도 세상 만물에 그의 이름을 딴 것들이 

많은 인물이다. 강, 산, 도시, 해류, 식물, 동물, 광물들에 훔볼트의 이름이 붙어 있다. 

심지어 달에도 훔볼트 바다가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근대 지리학의 창시자이자 

시대를 앞서간 과학자이며 열정적인 탐험가였다.


‘자연의 발명’은 훔볼트라는 비범한 인물의 생애를 정리한 전기다. 

저자는 훔볼트를 ‘잊힌 영웅’으로 평가하면서 훔볼트와 우리를 이어 주는 

보이지 않는 끈을 추적한다. 당대에 ‘나폴레옹 다음으로 유명한 사나이’로 불릴 만큼 

명성이 자자했던 그는 동시대의 위대한 사상가, 예술가, 과학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찰스 다윈은 “훔볼트가 없었다면 비글호를 타지도 않았을 것이고 ‘종의 기원’을 생각하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혁명가 시몬 볼리바르는 훔볼트를 ‘신세계의 발견자’라 불렀고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훔볼트와 하루를 보내며 깨달은 것이 나 혼자 몇 년 동안 깨달은 것보다 훨씬 더 많다”고 토로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나의 관찰 및 서술 방법은 훔볼트의 자연관에 기초하고 있다”고 했다.


독일 프로이센의 부유한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훔볼트는 모친을 여의고 3년이 지난 1799년 스페인 항구를 떠나 

아메리카 대륙으로 향했다. 그는 당시 유럽 사람들이 가장 높은 산으로 생각했던 해발 6400m의 침보라소 산에 올랐고 

열대우림에서 다양한 생물을 관찰했다. 또 안데스산맥을 넘으면서 고도에 따라 식생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는 자연을 전 지구적인 힘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죽은 집합체’가 아니라 ‘살아 있는 전체’라고 불렀다.

 

훔볼트는 기후를 대기·대양·대륙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 시스템으로 이해하고 기후변화의 위험을 경고한 최초의 과학자다.

그는 또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이슈가 환경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노예제와 단일 재배, 

착취에 기초한 식민지가 불평등과 환경 파괴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훔볼트의 발자취를 따라 베네수엘라의 열대우림, 침보라소 산, 독일 예나의 해부학 실험실, 에콰도르의 키도, 

소로의 월든호수 등을 방문하고 각종 자료를 취합해 책을 썼다. 

저자는 서문에서 “자연과 과학의 판테온에서 그에게 제자리를 찾아 주고 싶었다”며 “책을 다 읽고 나면 

우리가 자연계를 오늘날처럼 생각하게 된 이유가 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