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7.30 신동흔 기자)
'통섭'의 학자 에드워드 윌슨, 진화론 바탕으로 인류 고찰
기술 문명 발전하는 동안 인간 본성, 구석기시대에 정체
"과학·인문학 결합된다면 인류 발전은 계속될 것"
인간 존재의 의미
에드워드 윌슨 지음|이한음 옮김
사이언스북스|232쪽|1만9500원
인류는 왜 존재하며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사회생물학이라는 논쟁적 학문의 창시자 중 한 명이자 '통섭'의 학자로 불리는 에드워드 윌슨
하버드대 석좌교수. 그가 평생 주제로 삼았던 진화론에 입각해 인간의 마음과 종교, 지구환경,
과학과 인문학에 대해 써 내려간 15편의 글을 모았다. 개미 연구의 대가(大家)이자 퓰리처상
수상자이기도 한 그가 2014년 이 책을 냈을 때 나이는 85세. 어느 해외 서평은 노(老)학자의
평생 문제의식과 학문적 성취가 집약된 이 책을 '고별사'라 부르기도 했다.
윌슨은 인간의 마음뿐만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이 우주의 환경까지도 거대한 진화의 결과물로 파악한다.
그가 보기에 인간의 마음은 '구석기시대의 저주'에 묶여 있다. 왜 저주인가.
인류의 과학 문명은 현재 최정점에 있다.
인공지능(AI)이 바둑에서 인간을 무릎 꿇게 하고, 드론과 자율주행차가 사람과 물건을 실어 나르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19세짜리 무슬림 광신도가 80대 가톨릭 신부를 살해하고, 페이스북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 청년이
집단 학살극을 벌이는 '부족(部族)적' 증오와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류는 수백만년의 세월을 거쳐 진화의 승리자가 되어 지구 위에 우뚝 섰다. 유년기를 벗어나 어른이 될 때 그렇듯 인류는 과학기술의 시대를 맞아 선택의 범위가 넓어졌지만 위험과 책임도 더 커졌다.](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607/30/2016073000042_1.jpg)
호모사피엔스인 현생 인류 종(種)이 물려받은 유전 형질은 지난 수백만년 동안 잘 작동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행성에서 진화의 승리자로 우뚝 설 수 있었다.
그러나 지구 전체가 도시화한 이 기술의 시대에 오히려 방해가 되는 형질들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거미·뱀·늑대·흐르는 물·폐쇄된 공간·낯선 이들에게 공포를 느끼는데, 이 요소들은 수백만년 동안
수렵·채집인들을 위험에 빠뜨렸던 것들이다. 이처럼 우리가 물려받은 유전적 유산의 많은 부분이 외부 세계의 변화와
부조화하고 있다.
저자는 과학과 기술 문명이 발전하는 동안 인간의 마음은 아직 구석기시대의 '동굴'에 갇혀 있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진화론의 주요 개념인 자연선택이 아니라 '의지 선택'이 가능한 단계로 까지 진입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우리의 생물학적 측면들과 인간 본성까지 재설계하는 것이 가능해짐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질병을 막기 위해 유전자를 조작한다면, 이는 낙태와 얼마나 다를까.
여전히 구석기시대적 두려움에 휩싸이곤 하는 인간이 이런 위험과 책임을 감당할 수 있을까.
저자가 일찍이 통섭을 이야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저자가 일찍이 통섭을 이야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평생 과학적 방법론에 입각해 세상을 해석해 온 생태학자는 인문학에 무한한 신뢰를 보낸다.
그는 창작물을 포함해 인문학적 방법론이 인류를 구원하리라 믿는다.
"계속 진화하면서 무한히 다양해지는 쪽은 인문학일 것이다.
우리 종에게 영혼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 영혼은 인문학 속에 살고 있다."
반면, 지구 곳곳에서 갈등과 증오를 낳는 종교는 구석기시대의 유산이다.
저자가 던지는 유머와 자기 고백을 만나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기도 하다.
저자가 던지는 유머와 자기 고백을 만나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기도 하다.
그는 인류를 협력자이자 내부 고발자, 기부와 잇속 챙기기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존재로 본다.
우리는 모두 "성인이자 죄인이며, 진리의 수호자이자 위선자"이기 때문인데,
그 스스로 "1978년 칼 세이건이 퓰리처상을 받았을 때, 나는 그것이 과학자로서 언급할 가치도 없는 사소한 업적이라고 봤다.
그러다 내가 같은 상을 받게 되자 놀랍게도 그 상은 과학자로서 특별히 언급해야 하는 주요 저술상으로 느껴졌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이런 성향을 도덕이나 종교의 잣대로 심판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성향을 도덕이나 종교의 잣대로 심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관심을 갖도록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리에 갇힌 침팬지조차 바깥을 볼 때 동족(同族) 침팬지를 맨 먼저 응시한다고 한다.
우리가 이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의 시대에 끊임없이 남의 뒷소문, 유명인의 동향, 친구와 적들의 관심사에
강박적으로 집중하는 것도 한때 그것이 생존에 필요한 요소였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반복한 것"이라는 불만도 있지만,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반복한 것"이라는 불만도 있지만,
80대 후반의 노학자에게 듣는 성찰(省察)적 발언들은 묵시록적 느낌을 준다.
진화론자인 그는 분명 종교의 대척점에 섰지만, 발언들은 때로 종교적 색채를 띤다.
윌슨은 이 책의 마지막 문장에서
"과학의 발견적이고 분석적인 힘이 인문학의 내성적 창의성과 결합된다면,
인간 존재는 무한히 더 생산적이고 흥미로운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라고 낙관론을 제시한다.
그것이야말로 "과학이 이 수원(水源)을, 인류 미래의 절대적이면서 독특한 원천을 엉망으로 만드는 데 쓰이지 않도록
막아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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