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8.24 김미리 기자)
[닥종이 인형 작가 김영희 개인전… 9월 25일까지 조선일보미술관]
獨 작업실서 30여년간 작업해
"다섯 자녀·여섯 손주들 모습, 곡절 많은 내 삶도 인형에 담겨… 모든 어머니들께 바치는 전시"
3년 만에 돌아온 재독(在獨) 닥종이 인형 작가 김영희(72)는 에너지 넘치고 유쾌했다.
23일 서울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시작한 그의 개인전 '행복한 아이들의 춤과 노래를'엔 작가가 30년 넘게 독일 뮌헨 근교의
졸업 후 중학교 미술 교사로 교편을 잡았다. 양반집 아들과 결혼해 2남 1녀 낳고 평범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행복은 얼마 가지 못했다. 남편이 암으로 세상을 뜨고 서른둘에 과부가 됐다.
남편과 사별하고도 한동안 시부모를 모셨지만, 1981년 독일로 건너간 뒤 열네 살 연하 독일 남자와 재혼해 아이 둘을 낳고
시댁과도 자연히 멀어졌다. 자폐를 앓는 막내아들 프란츠(25)의 육아 문제로 갈등을 겪다가 독일 남편과도 결국 이혼했다.
다섯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있을까. 닥종이엔 다섯 자녀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장수의 호박'은 어릴 적 왕따당한 상처가 있는 셋째 장수(39)를 위해 전시 때마다 내놓는 작품이다.
아이가 커다란 날개를 쥔 작품 '날개'엔 장애가 있는 막내가 훨훨 날기를 바라는 어미의 바람을 담았다.
유난히 아이를 소재로 한 작품이 많다.
"우리 아이들이나 손주들 모습이기도 하지만, 전쟁의 무고한 희생자가 된 난민 아이들이기도 해요."
작업실 근처에 시리아 난민 수용소가 있는데 오가며 본 아이들의 천진한 눈망울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엄마 마음으로 보면 모든 아이가 다 귀한 존재입니다."
이번 전시를 앞두고 생각나는 '엄마'가 있었다.
3년 전 전시 때 시누이(사별한 남편 여동생)가 전시장을 찾아왔다.
"아무래도 이건 언니가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시누이가 몇 해 전 돌아가신 시어머니의 유품을 건넸다.
그가 독일에 막 건너간 뒤 시어머니께 보낸 편지였다.
"친정 엄마도 양코배기 사위는 싫다고 얼굴 안 봤는데 시어머니께 차마 재혼했다고 말할 순 없었어요.
몇 해 동안 재혼 사실을 감추고 거짓 편지를 보냈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그걸 간직하고 계셨어요.
해마다 좀약을 바꿔 넣으면서요."
자식 앞세운 어미의 애끊는 사랑이, 며느리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과 원망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우리 시어머니 마음이 곧 여기 풀어놓은 제 마음과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세상 모든 어머니에게 이 전시를 바칩니다."
9월 25일까지. (02)724-6328
닥종이 인형 작가 김영희 개인전 [행복한 아이들의 춤과 노래를] 9월 25일까지 조선일보미술관/ (02)724-63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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