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16.08.25 16:07
슬립가운을 걸친 사진 속 젊은 여성이 노래방 기기로 노래를 부르고, 빈티지한 가구를 배경으로 패스트푸드를 먹고, 거울 앞에서 스파게티를 만들고 있다. 언뜻 익숙하지 않은 공간 속 여성의 복장과 행동이 사진에서 눈을 떼기 어렵게 만든다. 놀라운 건 이런 다양한 인테리어와 놀이(?)를 즐기고 있는 공간이 바로 '모텔'이라는 것이다. 젊은 여성 사진가 이다은은 그의 사진전 'Enjoy:MOTEL'을 통해 '러브호텔'로 대변되는 음습하고 어두운 욕망의 배출구 모텔을 프라이빗하고 럭셔리한 놀이공간으로 재해석 했다. 남성 혼자 또는 남성과 여성이 모텔을 찾는 게 일상적인 현실에서 여성 혼자 모텔을 찾아 공간을 즐기는 모습을 담은 사진은 그 자체로 강한 흡인력을 지니고 있다. 더욱 놀라운 건 사진 속에서 '모텔놀이'를 하고 있는 여성은 바로 사진가 자신이다. 자신의 경험을 사진으로 표현해 낸 것이다.
그는 작가노트를 통해 "나는 모텔에서 그동안 밀린 책을 읽거나, 클래식 음악을 듣거나, 명상, 그도 아니면 수영을 하고 때로는 요리를 해서 먹었다. 내가 수행한 일들의 대부분은 아주 단순하지만, 집중을 필요로 하는 것들이며, 여러 가지 이유로 집에서는 하기가 어려운 일들이었다. 가끔은 모텔 내 시설들을 이용하기도 했는데, 주로 오락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그리고 이 행위의 장면들을 사진과 영상, 텍스트로 기록하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모텔 탐방 프로젝트는 점점 나에게 일종의 ‘놀이’가 되었다"라고 밝히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최연하 독립 큐레이터는 "이제 흔하디흔한 모텔은 누가, 언제, 어떻게, 왜 사용되느냐에 따라 그곳의 모드는 달라진다. 낮 시간의 금지의 장막과 시선(gaze)을 탈주해 사적인 안락과 희열에 빠지며 이다은이 모텔을 엔조이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이 능동적인 젊은 여성이 모텔 객실을 다른 컨셉으로 바꾸게 하고, 다양한 공간적 실천의 가능성들을 보여주며 모텔을 새롭게 재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픽션보다 더 허구적인 일상에서 ‘나’를 즐기는 무해하고 평화로운, 이다은의 'Enjoy:MOTEL'은 일상의 경계를 해체하며 사진은 여전히 꿈이고, 환상이고, 연극이고, 또한 사실임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Enjoy:MOTEL' 사진전은 서울 문래동 '대안예술공간 이포'에서 오는 9월 1일까지 열린다.
김성룡 기자
'Enjoy:MOTEL' 사진전은 서울 문래동 '대안예술공간 이포'에서 오는 9월 1일까지 열린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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