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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책을 읽읍시다] <3> 핫존…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진압'의 기록

바람아님 2016. 10. 4. 10:11

(머니투데이 2016.03.12 김지훈 기자)


최악의 위협, '에볼라' 발병과 이를 막기 위한 분투기 

[과학책을 읽읍시다] <3> 핫존…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진압'의 기록 


편집자주




과학은 실생활이다. 하지만 과학만큼 어렵다고 느끼는 분야가 또 있을까. 

우리가 잘 모르고 어렵다며 외면한 과학은 어느새 ‘로봇’이나 ‘인공지능’의 이름으로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로 

우리 앞에 섰다. 

‘공상’이란 수식어를 붙여야 더 익숙한 과학을 현실의 영역에서 마주하게 된 것이다. 

더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그대’로 과학을 방치할 수 없다. 과학과 친해지는 손쉬운 방법의 하나는 책 읽기다. 

최근 수년간 출판계 주요 아이템이 과학이란 것만으로도 읽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과학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사고의 지평을 넓히고 싶은 독자라면 ‘과학책을 읽읍시다’ 코너와 함께하길 기대한다. 

연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과학계 오피니언 리더들과 함께 선정한 우수 과학도서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최악의 위협, '에볼라' 발병과 이를 막기 위한 분투기핫존=리처드 프레스턴 지음. 김하락 옮김. 

청어람미디어 펴냄. 440쪽/1만5000원.


“두 번째 천사가 그 대접을 바다에 쏟으매 바다가 곧 죽은 자의 피같이 되니.”


논픽션 작가 리처드 프레스턴의 ‘핫존’은 요한계시록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핫존은 소설 형식의 논픽션으로 

에볼라의 첫 발병과 이를 막기 위한 의료, 과학계의 분투기를 소개한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1980년대 초 에이즈를 유발하는 HIV 출현 이후 최악의 

신종 전염병으로 그려진다.


저자는 1967년부터 1993년까지 있었던 일을 다루며, 

책에 나오는 에볼라의 잠복기는 24일도 되지 않는다. 

저자는 에볼라가 사람에게 어떻게 옮겨지게 되었는지, 어떻게 확산했는지 

과학적 데이터와 현지 조사 등을 바탕으로 추적했다.


저자는 에볼라가 1976년 현 콩고민주공화국인 자이르의 에볼라강 인근 얌부쿠의 

작은 시골 병원에서 발병이 처음 확인됐다고 소개한다. 

에볼라는 땀, 대변, 구토물, 침, 소변, 피와 접촉해 전염된다. 에볼라에 걸린 사람은 이들 액체를 배출하게 마련이고, 

환자 절반은 출혈을 일으킨다. 이처럼 에볼라는 출혈을 통해 그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저자는 에볼라가 희생자의 뇌를 손상해 인격마저 사라져 버리게 만든다고 묘사했다. 

생기와 인격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것을 ‘인격감 상실’이라고 한다. 

장기가 급격한 속도로 손상되면서 죽기 전에 사실상 이미 시체가 된 셈이다.


하지만 에볼라는 워낙 파괴력이 커서 희생자가 다른 많은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만큼 오래 살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이는 에볼라의 발병을 목격한 과학계가 에볼라가 인류에 미칠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한 근거가 됐다.


저자는 이 것이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말한다. 에볼라가 아프리카의 대도시에 침투한다면 산불처럼 번질 수 있다. 

에볼라는 인간이 사는 곳에 거듭 출현해 파괴력을 행사했다. 

항공산업의 발전으로 오늘날 지구상 모든 대도시가 사실상 하나의 네트워크로 엮여 있다는 것도 

에볼라의 확산을 쉽게 억제하기 힘든 요인이 된다고 짚었다.


1989년에는 미국의 심장부인 워싱턴 D.C.에서도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생한다. 미국 육군 전염병의학연구소와 

질병관리본부 간 신경전을 벌이는 대결 구도 속에서 에볼라의 정체를 파헤치고 진압하는 과정이 묘사된다. 


저자는 에볼라의 출현이 인간의 환경 파괴와 관련되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에이즈, 에볼라, 그 밖의 열대우림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열대 생물권 파괴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다. 

많은 신종 바이러스가 파괴된 열대우림 가장자리 또는 사람이 급속히 정착한 열대 사바나에서 생겨났다. 

열대 우림은 지구 생명체의 보고이기도 하지만, 바이러스의 가장 큰 저장고였던 셈이다.


책은 과학을 다룬 논픽션일뿐 아니라 긴장감 있는 한 편의 스릴러소설처럼 읽힌다. 

스릴러의 거장 스티븐 킹도 이 책에 대해 

“이처럼 소름 끼치는 이야기는 처음”이라며 “대단한 걸작이 탄생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책은 20여 년 전 나왔지만 에볼라의 2014년 재발병 등으로 여전히 높은 관심의 대상이 됐다.